신의 궤도 세트 - 전2권 신의 궤도
배명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화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단 하나의 직선을 생각해 본다. 닮은 것, 익숙한 것, 이미 존재했던 궤도 안에 새겨진 단 하나의 직선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간절한 기도가 필요하다. 

 

*곡진하고 긴 기도. 그 과정은 마치 약물에 취한 상태와 유사하다. 그 순간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단절은 의식되지 않는다. 시간의 물리적 법칙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말은 자유롭고 시간은 방향을 잃는다.

 

*가끔 의식하지 못한 채로 휘파람을 불 때가 있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멜로디가 반복되다가도 그것을 의식하는 순간 멜로디는 새로운 방향으로 자유롭게 변화된다. 그것은 익숙하지만 처음으로 만들어진 파동이다. 이 파동의 변화는 의식의 속도를 초월하여 확장된다.

 

익숙한 이야기들의 복잡한 중첩으로 구성된 것 같은 이 소설은 장르의 장력에 속박되거나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력을 활용해 명랑한 스토리의 궤적(혹은 세계에 대한 질문 다발)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도망치지도 싸우지도 않는다. 마음 속에 하나의 직선이 존재하는 이상 세상의 법칙은 그 직선의 진행을 정지시킬 수 없다. 남은 문제는 얼마나 오랫동안 자유롭게 날 수 있을 지를 가늠해보는 것 뿐이다. 비행이 멈추는 순간 세상은 너무나 보잘 것 없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기를 걸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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