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side B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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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나도 창 안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불평스럽다. 세상을 바꿀 듯한 일도 결코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그 일들이 세상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는 듯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는 스스로에게도 불만스럽고, 무언가를 바꾸지 못하지만 그래도 붐붐하고 있는 일들 사이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풀이 죽는다. 폴짝 뛰어오르다보면 어느 순간 저 우주공간으로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어느 비좁은 틈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기에 이렇게 주저 앉아 할딱거리며 들숨날숨 날숨들숨 호흡을 이어가다보면 저 멀리서 들려오는 기타소리는 마지막 엔딩을 향하여 피치를 올리고, 사라져가는 엠프 소리에 낯선 개구리 소리가 오버랩되는 것이다. 저 개골개굴 개구리들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혁신이 필요하지만 그런 것은 자동차나 휴대폰을 만드는 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 회의실에서나 사용하는 것이기에 활력이라는 말로 바꿔 머릿속에서 떼구르르 굴려보지만, 아 서른이구나, 서른이라는 생각이 들자 정말 활력이 필요한 나이가 슬슬 다가오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홍삼원이라도 먹어야 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에 지갑을 열어보지 않았지만 지갑 속에는 만이천원이 들어 있을 것이기에, 그것이 가지고 있는 현금의 전부이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 상태가 계속될 것이기에, 활력이 아닌 혁신도 아닌 개과천선도 아닌 자유도 아닌 민주주의도 아닌 법인화 반대도 아닌 법인화 찬성도 아닌 학생도 아닌 직장인도 아닌 연구자도 아닌 애호가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할 때가 다가왔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결국 부정문이나 부정사나 부정어나 부정부패나 부정 결핍인가. 부정과 결핍 사이에서 정신을 잃고 헤매다보면 시간은 새벽을 향해, 4시, 잠들 때까지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        

 

박민규. 허무주의자이자 (자기비판을 넘어선)자기모멸적인 작가의 아름답고 추한 세계에 대한 상식세계 독자와의 우주적인 밀고 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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