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를 위한 유교철학 에세이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유학도서
성균관대학교 유학주임교수실 엮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N세대를 위한 유교철학 에세이'라는 제목을 읽고 굉장히 독특하다고 느꼈다. N세대라고 하면,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10대에서 20대 후반까지 젊은층을 뜻하는 말이다. 나도 여기에 속하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세대를 위한 유학 책이 나왔다니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갔다. 사실, 'N세대를위한~'이라는 제목 부터가, N세대와 유학은 조금 거리가 있으니 이를 인정하고 시작하자 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필자는 '유학', '유교'라는 말만 들어도 뭔가 조금 딱딱해 보이고,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 책은 그러한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좁혀준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이유없이 유학을 꺼려하는 우리같은 학생들을 유학에 쉽게 접근하도록 만들어보고자 하는 취지 인것 같다. 내용은 유학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부분과 유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즐거웠던 것은, 유학이라고 해서, 한문이 가득한 어려운 말만 잔뜩 나오고,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학설을 나열해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은 누구나 다 알만한 윤리 수업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많이 나왔는데, 그러한 교과서의 내용은 조금 더 일기 쉽고 부드럽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공자의 생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위대하신 공자 선생님'이라는 생각만 얼핏 머릿속에 가지고 있을뿐, 전혀 공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필자에게 여지껏 공자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정보도 많이 알 수 있게 해주어서 흥미로웠다. 그 중 하나는 공자가 중국 최초의 사립학교의 스승이라는 것인데, 그 옛날 시절에 스승이라고 하면 어쩐지 무섭고 권위적일 것 같은데, 여기서 나온 공자의 교육방책을 보면, 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강조하고, 제자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하는데 특히 힘을 썼다고 하니, 이는 현대에도 꼭 필요한 스승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공자는 인간이 마땅히 해야 할 행위에 대해서는 대가를 바라지 말 것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행위에 대한 인과응보 없이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공자의 사상은 점점 이기적으로 되어가는 현대 사회인들에게, 또 그런 사람들중 하나인 필자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유학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은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과 동시에, 유학을 철학적인 내용과 접목시켜서 유학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가치관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죽음이란, 밥 먹다가 갑자기 씹는 돌처럼 닥치는 것'이라는 대목이 유학에서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시사하고 있다. 유학에서 죽음을 보는 관점은, 일단 인간을 낮추어, 인간의 이지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지정하고, 그것을 밝히려고 애쓰기 보다는, 현실에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후세계를 강조하는 다른 종교들과 유교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들어, 다른 종교들은 절대자를 내세워 그들 처럼 살고, 그들을 믿어서 구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유교에서는 그와는 다르게, 사람사이에 관계와 자신의 삶 자체를 중시 하여, 현재의 삶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삶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죽음을 알겠는가?'하는 공자의 말에서 이와 같은 유학의 독특한 사생관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 곧 죽더라도 유감없이 완성된 삶을 누린다면 이미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이 참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 찾아오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러한 죽음은 피할 수 있는것이 아니고,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러한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려고 하기 보다는, 유학에서처럼 죽음이 와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삶을 충실히 아깝지 않게 사는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유학, 유교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아직도 유교적인 전통과 사상이 우리나라의 근본을 떠받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유교적 풍속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러한 예로 조선의 관혼상제에 대해서 설명해준 부분이 있었는데, 이렇게 우리 내면에 뿌리깊게 자리잡혀있는 고상한 풍속을 여지껏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고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깊게 봤던 부분은 유교에서의 남녀관인데, 유교에서는 흔히, 남존여비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에서는 음양이론을 통해서, 남자와 여자는 한 존재만으로는 성립될 수 없으며 남녀 각각에도 음과 양의 속성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한번은 음이 주도했다가 한번은 양이 주도하는 것이 도이다'라는 구절도 나와있어, 음양은 성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두 성이 조화롭게 상호작용 하는것을 강조하고 있는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관례에서 여자도 남성과 똑같이 성인식을 치뤘다는 점에서 오히려 서양보다 여성 차별이 덜 하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어 신선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학적 내용의 개념 정리가 쉽게 되어있어 새로운 지식이 머릿속에 정리가 잘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문장들도 어렵지 않게 짤막짤막하게 구성되었고, 각 장마다 흥미로운 주제들로 짤막하게 이루어져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이 필자가, 유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 것 같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빨리 돌아가면서 유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현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유학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보는 견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는것 만큼, 공자, 맹자시대의 사상인 유학을 현실 시대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여러가지 역사적 배경과 상황때문에 생겨난 문제를 오로지 유학의 탓으로만 돌리는것은 무리가 있다. 올바른  재해석과 이해를 통해 현실에서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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