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華苑의 향연 - 이야기 장자 철학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유학도서
송항룡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남화원의 향연' 이라는 제목을 잘 이해하기가 어려워 사전을 찾아봤다. '향연'이라는 말은 특별히 손님을 대접하는 잔치 라는 뜻인데, 이를 종합해 보면 남화원 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잔치 라는 의미가 된다. 이 책의 주된 배경은 '남화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위대한 사상가로 꼽히는 공자, 맹자 뿐만아니라 노자, 묵자등 내로라 하는 쟁쟁한 사상가들이 등장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무언가 신비스러운 공간에서 일어나는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가 주로 소개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책 내용중 사람의 간을 회로 쳐서 먹는 도창이라든가, 노자가 무를 파는 내용이라든가, 동물들이 사람들을 욕하는 내용과 같은 것들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전래동화와 비슷한 면모를 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그리 단순한 전래동화의 나열은 아니다. 이야기들이 단편으로 읽기 쉽게끔 나열되어 있어서, 비교적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내용이, 허황되고 우습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필자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구절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야기들이 짧지만 제각기 상징을 담고 있고, 독특한 사상이 투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중국에서 떠받드는 사상가인 공자를 허례허식을 중시하는 어리석은 인물로 그렸다는데 있다. 그것도 노자나 묵자로부터 직접적으로 질타를 당하기도 하고 그의 행동은 '남화원'이라는 이색적인 공간에서는 다 부질없고 우스운 것이 되어 버린다. 공자는 항상 어두운 얼굴을 하고, 세상을 구하려고 천하를 돌아다니며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내용은 이전에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왜냐하면 유학을 떠올릴 때면, 공자는 너무나 위대하고 대단한 인물이라서 감히 함부로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신적인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사상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것은 아니지만, 감히 그가 그르다고 생각하고 말할 엄두도 못내었던 필자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책에서 공자더러 '선생은 근심을 할 뿐, 소임은 한 가지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천하를 근심하는 일이 선생의 일이라면 근심하는 것으로 그치시오. 그 밖의 소임은 선생이 할 일이 아니오'라고 질타하는 부분이 나온다. 또한, 인상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나는 옷이 남루하지만 선생은 마음이 남루하니 어찌된 일이오?
선생의 근심은 한 가지도 해결된 것이 없고 정신은 천 갈래 만 갈래로 흩어져
내 옷보다도 더 낡은 걸레 조각이 되어 가고 있으니, 천시를 머리에 얹고
지리를 발바닥에 깔고 사단을 도포자락에 매어 달고 다닌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어쩌면 이것은 단순히 가치관의 차이인지도 모르겠으나, 이 책은 주로 도교 사상의 자연스러움과 위대함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사려된다. 그러면서 그러한 사상을 직접적으로가 아니라 아주 간접적이고 미묘하게 설파하고 있는데, 그러한 예로는 "사람은 멍청이"라는 이야기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이 이야기에서는 오리, 학, 뱁새, 황새가 나와 사람들을 풍자한다. 사람은 누구를 흉내내거나 부러워하는 일을 즐겨하며, 서로를 비교하는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생길것이 없는데 사람들이 비교하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같게 만들려고 욕심을 부린다. 이 대목에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다. 필자 역시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남과 비교하기를 좋아하고, 남과 다름을 한탄하기도 하고 남을 따라 살려고 애쓴적도 많이 있었다. 이러한 것은 마음의 고통을 줄 뿐이고, 진정 나를 위해 사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리의 대사 중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사람은 모르고 있는 거야"라는 대목이 인상깊었다.
  이와 같이 책에서는 주로 이야기를 중심으로, 독자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중간 중간에 섞여있는 격언들이 한번쯤 우리 인생을 돌아볼 만한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 재미로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과연 인생에서 중요한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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