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의 유학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유학도서
김성기 외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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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의 유학

 

  예부터 우리나라 전통 학문으로 생각되어온 유학, 그리고, 민간 신앙처럼 종교로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교. 유학이라는 것에 대해 떠올릴 때면, 항상 거리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굉장히 오래되고,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 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고리타분할 것 같고, 답답한 예의범절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고지식한 선비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우리 나라의 유학 사상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려 하고 있다. 그러한 시도 중 하나로 나온 것이 이 책일 것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유학에 대해서 잘 아우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필자와 같이, 유학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유학에 대해 조금이나마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사회의 유학의 전래와, 흐름, 유학적 세계관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고, 그러한 유학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모색하고 있다. 유학에 대해 단순히 소개하고, 그것을 옹호하기만 한다면,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그런 유학 서적으로 그쳤을 테지만,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유학을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학을 활용하여,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더욱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는 면에서 실용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읽어보면서 기존의 책들과 다른 면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유학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나 옹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못된 점은 과감히 지적하고, 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유학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그러한 편견이 옳지 않은 이유를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시원하게 지적을 해 주어서, 왠지 더 설득력이 느껴졌다.
  과거의 것에서 현대에까지도 배울 수 있을만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과거보다 더욱 발전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려 하는 유학의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면에서 유학은 여러 가지로 쓰임새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유학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와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교양서이자, 유학의 등장 배경과 유학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유지되고, 활용되어 왔는지 보여주는 역사서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특히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여성의 경험으로 읽는 유교’ 부분 이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학 사상이 깊게 뿌리박혀 있고, 그 중심에는 가부장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여러모로 생각해 볼 때, 가부장제는 여성들에게 불리한 제도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들에게 희생하고 봉사할 것을 강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바라보는 유학과, 가부장제는 다소 여성의 입장으로서는 부정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속으로 은근히, 이 책에서 페미니즘의 입장을 취해, 가부장제와 유학을 비판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필자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물론, 유학과 가부장제가, 여성의 삶을 억압하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유학의 책임만은 아니다, 과거에는 여성의 지위가 높은 시절도 있었지만, 새로운 왕조가 왕이 되고, 여러 가지 복잡한 사회적 상황과 결부되어, 의도적으로 여성을 낮은 위치에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의 지위가 낮아지게 되었다....’는 식의 설명이 주를 이룬다. 역사적인 흐름을 전반적으로 다룸으로써, ‘유학과 여성의 대립’과 같은 극단적인 주제를 살짝 빗겨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유학에 대해 커다란 깨달음을 얻고, 유학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유학에 대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고정관념들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 같다. 유학에 대해서 무조건 ‘좋다, 싫다’ 혹은 ‘옳다, 그르다’는 식의 이분법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유학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여기 저기서 다들 세계화 시대라고 떠들어 대지만, 이렇게 세계적으로 다른 국가들과 교류가 쉬워지고, 가까워진 상황에서 세계인들은 우리나라 고유의 것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욱 우리 것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세계화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오히려 우리 것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무조건 우리것이 옳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듯이 우리 유학에 있어서도, 무조건 좋고 나쁘다고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유학을 현대의 실정에 맞게 실용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객관적인 눈으로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나라의 상황과, 유학을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역사적 해설과 함께, 유학에 대한 이해와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이 책은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풍부한 교양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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