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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
임방 지음, 정환국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
6월이 이제 막 시작 되었다. 벌써부터 영화관에는 공포영화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울 때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공포를 찾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더울때 공포감을 느끼면 소름이 끼치는 현상과 함께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는 사실 그러한 공포를 책을 통해서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조선의 신선과 귀신 이야기’라는 책의 제목을 통해 짐작해 봤을 때, 마치 전설의 고향 같은 한국적인 귀신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보니, 필자가 원하고 바라던 몸을 떨게하는 충격적인 공포의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가 않았다. 주된 내용은 조선의 사람들이 겪은 신비로운 체험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완벽한 근거를 가지고 있어서 신빙성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전해져 내려오는 전래동화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충격적인 공포를 기대했던 것에는 다소 실망감을 느꼈지만, 나름대로 읽어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내용은 주로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것들이었다. 짧게 구성된 이야기들이 읽는데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중에 특히나 흥미로웠던 이야기중 하나는, 선계에서 신선생활을 하고 돌아온 유생의 이야기였다. 깊은 산중에 홀로 가다가 신선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온뒤, 그곳을 잊지 못해 어느날 다시 사라졌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어린시절 할머니께 듣던 전래동화와 같아서, 이러한 내용을 책으로 보니 기분이 색달랐다. 또한, 이 이야기를 읽고서, 옛날 조선시대에도 사람들이 ‘신선세계’라는 이상향의 공간을 설정해 놓고, 그것을 끊임없이 그리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대의 사람들만이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많은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꿈꿔왔고, 그것을 이야기 속에서라도 느껴보려는 소망이 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한마디 말을 못해 사랑을 놓친 김생 이라는 이야기였는데,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도 결혼을 하겠다는 말을 아버지께 하지 못해서 결국 여인을 죽음에 몰고가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내용은, 조금은 극단적이기도 하지만, 현재 우리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에도 용기를 내지 못해서 간절히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는 용기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러한 교훈을 조선의 옛날 이야기를 다룬 책에서도 얻게 되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가치 또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조선의 사람들의 삶에 대해 엿보고, 지금 나의 삶에 대해서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얻을 수 있어 마치 즐거운 휴식을 얻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