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양산
마쓰다 마사타카 지음, 송선호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희곡을 책으로 읽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 희곡의 내용은 삶과 죽음의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내용의 전반적인 전개는 그리 무겁지 않게 이어진다.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 일상적인 것에서 기인한 듯 싶다. 일상적인 대화로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제시가 되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죽음 역시 그저 일상의 일부인 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사실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은 건강한 사람들의 삶과 멀리 떨어진 얘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에 바쁜 나머지, 죽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죽음을 이야기 한다. 죽음은 삶과는 뗄려면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실제로 삶과 죽음은 이 소설에서 전개되는 일상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죽음’은 누군가의 ‘삶’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모든사람의 삶 역시 죽음과 연결이 되어 있으니 일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소설 속에서의 일상적인 죽음은 은은한 슬픔을 준다. 마치 잔잔한 바다의 물결 같다고나 할까?

  책의 제목과 같은 ‘바다’와 ‘양산’은 소설 속에서 하나의 소재로 등장한다. ‘바다’, 그리고 ‘양산’.. 소설에 제시되는 것처럼 주인공 부부에게 이 두 가지 소재는 일상적인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비 일상이기도 하다. 바다와 양산 둘 다, 두 주인공을 엮어주는 하나의 이야기 거리가 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아내가 양산을 공원에 두고 온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남편인 요지가 아내 나오코의 양산을 찾으러 간 사이 아내는 쓰러지고, 죽음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듣게 된다. 또한 ‘바다’라는 소재는 주인공 부부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장식한다. 바다로 소풍을 떠나고 싶어했던 나오코는 결국 남편과 함께 바다에 가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바다와 양산이라는 소재는 묘하게 나오코의 죽음과 연결이 된다.

  그들은 죽음 앞에서 지나칠 정도로 덤덤한 모습을 보인다. 죽음을 거부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 사람도 외로워 질 거예요.’, ‘나 잊어버리면 안 되요.’ 라는 대사에서 나오코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혼자 남게 될 남편을 걱정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필자는 무언가 서러운 감정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것이 뭐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긴 힘들었다. 소설 내용 자체가, 그러한 슬픈 감정들은 철저하게 절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주인공보다 더 크게 흐느끼고 더 크게 슬퍼할 여지를 잃게 된다. 어쩌면 슬픔을 절제해야 하는 현실이 더 슬프고 답답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희곡을 읽고나서 ‘힘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맥이 빠진다고 해야 하나. 대화만으로 전개되는 줄거리는, 사실 무엇인가 어떤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건지도 분간키 어려울 정도로 매우 평이 하다. 일반적인 희곡의 구성인 ‘발단-전개-절정-하강-대단원’이라는 법칙을 전혀 지키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절정’이라 할 만한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일종의 틀을 거부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심심하기 보다는, 오히려 새롭고 독특하게 다가온다. 

  주된 내용은 ‘평범한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주인집 부부의 ‘운동회’ 이야기라든가, 물받이 수리라든가... 너무나 평범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일상들과 다를 바가 없다. 보통 소설이라 하면,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조금이라도 특별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왜냐하면, 독자가 그런 새로운 체험을 엿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희곡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것이 오히려 이 소설의 매력이 된다. 이러한 방식은 독자에게 공감을 유도한다. 또 독자는 거기에 꾸밈없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바다와 양산이라는 이 희곡은 평범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희곡이라는 장르를 하나의 소설로서 읽기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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