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이덕형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이 책을 선택하게된 동기는 사실 학교 과제 때문이었다. 비잔티움 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고자 관련된 서적을 찾아 보았으나,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았다. 몇가지 후보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하게 된 것이 이 책이었다. 일단 고급스러워 보이는 표지가 많았고, 두껍긴 했지만 풍부한 사진자료가 우선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욕심내서 한꺼번에 읽으려면 힘들겠지만, 시간을 내어 차근차근 읽기에는 적합한 서적인듯 싶다. 필자처럼 아예 비잔티움 문화에 대해 전혀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아마 이 책을 통해 쉽게 비잔티움에 다가서지 않을까 싶다. 내용 구성이 종교적인 내용, 역사적인 내용, 예술적인 내용이 아우러져, 조금은 정신이 없긴 했지만, 다 같이 합쳐져 있는 편이 배경 지식을 쌓고 이해를 쉽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비잔티움문화에 대해 여태껏 이름만 몇 번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한번쯤 품었을 만한 비잔티움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비잔티움 문화는 정치적으로는 로마의 제국주의 이념과 법률 제도를 계승하고, 언어적으로는 그리스어를 말하는 제국의 동부 지역을 말하며, 문화적으로는 헬레니즘 문화 요소에 이집트, 시리아, 소아시아, 페르시아 등의 동방적 요소를 받아들인 복합 문화를 지칭한다. 비잔티움 문화는 로마 제국주의의 정치적‘보편성’과 헬레니즘적인 그리스-로마 문화유산,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보편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요소를 바탕으로 발전을 지속해나간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비잔티움 문화는 10세기경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우고, 다른 여러 나라에도 문화를 전파 하는 등, 문화적으로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문화사 속에서 비잔티움 제국은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예로, 프랑스인들은 비잔티움 제국을 ‘열등한 제국’이라고 평가절하 하고 있으며, 19세기 영국에서도 비잔티움 제국을 비속한 문명이라고 폄하하는 것들이 있다. 중세 서양 미술사 또는 중세 서양 예술사에서도 비잔티움 문화와 예술에 관한 항목을 거의 제외시키고 있거나, ‘암흑시대의 모호한 예술’로 여기곤 한다. 왜 이러한 일들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었던 것일까?

  그 해답은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서구 문화에 비해서 비잔티움 문화를 깊이 있게 알 수 없었던 이유는, 서구 중심주의에 입각한 시각 때문이었다.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볼 때, 7~11세기에 가장 낙후한 지중해 문명은 오히려 서구 라틴 유럽의 가톨릭 문화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 우월주의사상으로, 비잔티움 제국의 문화의 우수성은 역사 속에 묻히고 마는 것이다. 서구 중심주의의 문화적 정체성이 비잔티움 제국의 천 년 그리스도교 문화를 역사 속에서 배재시켜 버렸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진정 역사가들의 역할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품게 되었다. 올바른 사관을 가지고 역사를 서술하고, 그 문화에 대해서도 후세에 알렸다면, 이렇게 편향된 문화지식이 만연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이렇게 잘못 심어진 문화에 대한 생각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결국 진정한 역사와 문화의 전달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순수하게 역사 사실을 전달하는 역사가와, 역사를 탐구정신을 가지고 학술적으로 연구한 학자에 의해서 후세에 전달 될 수 있다. 그리하여 온전히 문화의 의미가 우리에게 전달 될 수 있는 것이다.

  비잔티움 문화는 이렇게, 서구권 문화에 의해 평가절하 되지만, 실제 비잔티움 제국은 고대 그리스의 사상과 문화를 보존하였고, 중세 유럽의 문화 발전과 슬라브-러시아 지역의 정교 문화 형성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특히 종교 예술분야에서는 그리스도교 바탕의 세계관을 전개시켜 13세기 이후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한다. 비잔티움 문화가 없었다면, 12세기 이후 스콜라 철학과 로마네스크 및 고딕양식을 포함한 서구 유럽의 중세 문명 역시 결코 성립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비잔티움 제국은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의 교차점에 위치하면서 이집트, 시리아, 이란, 카프카스 지역의 다양한 변방 문화를 흡수하였고,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실시하여 제국만의 독특한 문화적 통일성을 유지시켰다. 결국, 비잔티움 제국은 지정학적인‘이질적 다양성’들을 하나로 결집하고‘보편성과 통일성’을 문화적으로 실현한 동로마 지역의 중세 그리스도교 국가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주요한 인물 중 눈여겨 보아야 할 인물이 바로 사도 바울로다. 그는 당시 보편적인 헬레니즘 문화 속에서 성장한 로마 시민이면서 동시에 이민족의 종교에 배타적인 유대교도 였다. 이러한 그의 특성은 그리스도교의 전파에 크게 이바지 하게 되고, 이는 후에 비잔티움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 된다. 사도 바울로는 전도 여행을 통해 오늘날 이문화 접촉에 해당하는 세계화를 실천한 사람이었다. 오늘날 그를 평가하자면 진정한 세계인이라고도 평가 할 수 있겠다.

  책에 언급된 구절 중 현재에도 커다란 의미를 주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문화 현상을 설명한 부분일 것이다. 문화는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원리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고 한다. 보편성과 특수성이 서로 조합되면 문화는 생성되고 탄력을 받게 되지만, 이 둘 사이의 균형이 다른 하나로 치우치게 될 경우 문화는 종종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문화는 총체적인 보편성과 국지적인 특수성이 교차하는 직물이라는 비유가 상당히 적절한 비유이다. 필자는 이러한 직물과 같은 일련의 과정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반복적으로 진행될 때, 문화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문화는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편성이 필요하고, 그러면서도 문화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이 가진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확산 과정도 바로 이와 같은 문화의 생명력에 가장 잘 부합되는 역사적 실례가 될 수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외적인 보편성에, 자기 고유의 내적인 특수성을 마련하여 세계 종교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었다. 비잔티움 문화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비유에 적용시켜 보면, 오랜 세월 보편성과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세에 까지 전해 내려오는 거대 문화를 이룩하게 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은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잔티움 문화의 역사와 의의에 대하여 재조명 하고 있다. 전체 내용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세밀하며, 문체가 화려하고 길게 만연되어 있어서, 독자가 읽는 동안 잠시 집중력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저자의 초점은 비잔티움 예술 속에 살아있는 미를 밝히는 것이다. 그 미란 바로 영원의 속성이자 신성의 아름다움을 반영하고 있는 실체의 하나이다. 비잔티움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교회 내부의 모자이크나 프레스코, 이콘 속에서 성스로운 이미지의 형상으로 표현되어져 있다. 초월과 내재의 매개적 요소로서 ‘빛’은 비잔티움 미학에서의 색과 더불어 중요한 교리적, 상징적, 심미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러한 지식을 토대로, 모르고 지나쳐 버린 비잔티움 문화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그 아름다움을 새겨보며, 깊이 있게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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