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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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인'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싶다면?

♥︎ 미국 문화, 사회,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 문화의 대중성, 상업성에 관해 고찰하고자 한다면?


『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교유서가 펴냄

- 견장정(양장)


 교유서가와 싱긋의 인문서들은 전반적으로 모던한 깔끔함을 추구한다. 표지에는 고딕에 형태변화를 준 단정하고 멋스러운 서체를 자주 사용하며, 표지 디자인의 균형감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과하게 딱딱해 보이지 않아서 - 때론 일러스트가 삽입되기도 한다 - 거부감이 들지 않으며 안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 주어 좋다.


# 1940년 무렵과 그 이후에 출생한 세대가 사회에 나왔을 때는 대학과 지성계의 정체성이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지식인이 된다는 건 교수가 되는 일이었다. 이 세대는 대학으로 흘러들어갔고 지식인이 되고 싶으면 대학에 남아 있었다. 문제는 그들의 재능이나 용기나 정치적 입장이 아니다. 문제는 대중적 산문에 숙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글이 대중적 영향력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보다 폭넓은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머릿수가 얼마나 많은가는 상관없었다. 실종된 지식인들은 대학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41쪽)


 대학이 일반화되면서 대학의 규칙이 보편화된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학별로 어느 정도 차이를 가지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대학과 교수가 원하는 답과 길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젊은이들은 교육이 제시하는 방향을 따라야 하고 창의적인 작업 기회는 일부에게만 주어진다. 리포트는 '대학의 기준에 따라' 학술적이어야 하며, 학생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에 적응하여 보편적 규칙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젊은 지식인이 사라지는 이유는 어쩌면 치우친 보편성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사고방식과 그의 실현이 일률적으로 변화하면서 특별히 지식인이라 부를 만한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실 지식인이 반드시 '대중을 위해' 말할 필요는 없다. (그 과정이 아무리 보편화되어 있더라도 모든 절차가 과정과 결과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학을 통해 양성된 젊은이를 지식인이라 부를 여지 또한 충분히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요즘 계속해서 대학 교육과 진정한 지식인 사이 미묘한 지점에서 모순을 곱씹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나 자신조차 사회의 교육제도에 순응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과 제도가 바뀌어 '다른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사실 어느 쪽에 치우쳐 있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느 쪽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뿐.


# 이 모두는 집필이 힘든 직업임을 가리키고 있다. 프리랜서 글쓰기가 경제적으로 유일한 생계 수단일 때 저자는 쉽게 소진된다.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 편집자가 사줄 만한 - 기획을 제안하고 조사하고 완수하려면, 그보다 현금 가치가 떨어지는 기획을 추진할 여력은 거의 남아나지 않는다. 프리랜서 작가는 시장의 힘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데, 멈퍼드가 지적했듯이 진지한 일반 산문에 대한 시장의 지원은 날로 줄어든다. (312쪽)


 글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이 상업성을 띠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이 상업성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한다. 예술가 그리고 예술가와 협업하는 이들이 상업성을 우선순위로 추구했을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만들어진' 예술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에서 명시했듯, 누군가 사줄 만한 예술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보면 예술가는 순식간에 소진되고야 만다. 실제로 나 또한 누군가 보고 듣고 읽고 평가할 것이라는 부담감을 가졌을 때, 누군가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창작할 때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다. 그러니 모두가 예술을 팔아야 하는 존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상업성을 배제한 예술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작품을 팔아야 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사랑받길 바라는 존재로 바라봐주면 안 될까. 그리고 사랑받지 못한다 해도 그 작품이 가치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를.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리뷰는 개인의 주관적 시각에서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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