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산책 딱따구리 그림책 19
레이첼 콜 지음, 블랑카 고메즈 그림, 문혜진 옮김 / 다산기획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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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산책』 (2018) City Moon (2017)

레이첼 콜 글 / 블랑카 고메즈 그림 / 문혜진 옮김/ 32쪽/ 다산기획/ 14,000원 


뉴욕의 어딘가 같은 빌딩 숲 사이로 보름달을 반기는 엄마와 아이가 보인다. 제목은 『달빛산책』. 반전도 은유도 없는 대단히 직관적인 표지와 제목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도 힘이 있다. 그 힘은 먼저 글에서 느껴진다. 


‘저녁이에요. 

곧 밤이 와요. 

엄마와 나는 달을 보러 가요.’


소리 내서 책을 읽으면 착착 입에 붙는 운율과 어감에 안정감이 든다. 번역가 이력을 보니 수긍이 간다. 김수영 문학상을 받았다는 문혜진 시인이다. 원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느낌을 잘 살린 것 같다. 약간 아쉬운 것은 ‘낙엽이 떨어지는’이라는 말로 계절감을 표현한 원문이 번역에는 빠졌다는 것이다. 털모자와 외투에서 늦가을 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어쩐지 원문의 ‘낙엽’도 중요한 단어 같이 느껴졌다. 

글 작가 레이첼  콜 자신이 아이와 함께 저녁 산책을 하던 경험을 살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저녁을 먹고/ 이를 닦고/ 웃옷을 걸치고/ 신발을 신어요.’와 같은 일상의 묘사가 다정하게 다가온다. 그의 첫 작품인 이 책으로 에즈라 잭 키츠 상을 수상했다. 

 

따뜻하고 다정한 분위기는 그림에서도 엿보인다. 어둠이 내렸지만 완전히 깜깜하지 않은 도시의 곳곳을 은은한 느낌의 조명과 달빛이 감싸고 있다. 글과 그림이 크게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그림 곳곳에 눈이 간다. 산책길 풍경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면 길거리나 창문에 비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다. 앞 면지와 뒷 면지가 보여주는 시간의 흐름과 시각적 변화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제목이 참 낭만적이다. 달빛산책이라니. 원제인 City Moon보다 훨씬 시적이다. 어릴 적 고모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고모, 왜 달이 자꾸 우릴 쫓아와?” “응 그건 달이 너를 좋아해서 그래.” 했던 일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법한 그 추억이 나에게 낭만의 씨를 심어주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지금 잠자리에 누워 아이를 재우기 위해 그림책을 고르려는 엄마 아빠에게도. 혹시 저녁 산책을 하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면 아이가 당장이라도 달을 보러 나가자고 할 지 모르니 다음에 꼭 산책을 하자는 약속 정도는 각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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