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머리 소녀와 곰 세 마리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베틀리딩클럽 취학전 그림책 4
스티븐 가르나시아 지음, 박무영 옮김 / 베틀북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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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머리 소녀와 곰 세 마리』 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 A Tale Moderne

스티븐 가르나시아 / 박무영 옮김/ 26쪽/ 베틀북/ 2000년/ 9,000원 


맞다. 우리가 아는 그 금발머리 소녀와 곰 세 마리 이야기. 널리 알려진 그림책에 재미를 더하자면 기존 서사를 비틀어 반전을 꾀하는 방법이 있다. 또는 그림에 힘을 줘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겠다. 스티븐 가르나시아의 『금발머리 소녀와 곰 세 마리』에서 주목할 점은 원제의 쌍점 뒤에 있다. ‘Moderne’은 건축이나 장식이 극단적으로 현대적이라는 뜻이다. 그에 걸맞게 20세기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탄생시킨 작품을 곰 가족의 집 곳곳에서 발견하는 미적이고 지적인 쾌감을 유발한다. 


곰 세 마리의 가족사진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남의 집에 갔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바로 액자에 담긴 가족사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니까 가족사진은 ‘자 이제 곰 세 가족의 집에 들어오셨습니다’와 같은 일종의 사인인 것이다. 이제 집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가구와 장식들을 천천히 구경하는 패턴으로 넘어가보자. 물론 곰 가족의 아침 일상과 갑자기 빈집에 침입한 금발머리 소녀의 이야기를 따라서 말이다. 


부럽다. 조지 넬슨의 시계와 아르네 야콥슨의 의자, 알바 알토의 꽃병이 있는 집이라니! 유명 작품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면지부터 정보가 쏟아지니까. 의자, 그릇, 시계, 침대 등등의 작품과 디자이너 이름 소개는 이 책이 숨은명작찾기가 아님을 말해준다. 정답을 알고 본문에서 찾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인터넷 검색창을 이용한 열정까지 발휘된다면 작가가 무척 뿌듯해할지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스티븐 가르나시아는 다수의 그림책에 삽화 작업을 했고, 2000년 이 그림책으로 볼로냐 뉴 아트북 부분을 수상했다. 이후 비슷한 형식으로 고전 동화에 디자인을 담았다. 『아기돼지 삼형제』(2010)에는 프랭크 개리, 르 꼬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장시켰다. 『신데렐라』(2013)는 크리스찬 디올, 버버리 등의 패션 아이템을 보여주는 유행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 국내 번역되지 않았는데 품절된 『금발머리 소녀와 곰 세 마리』와 시리즈로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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