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지구 미션 11 - 과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프로젝트
신규진 지음 / 우리교육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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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은 참 어렵다.

  나는 과학과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70년대 중고등학교는 과학을 살갑게 대할 수 없는 조건이기도 했고, 시험 대비 외에는 어떤 활용도 가능하지 않게 만든 중등교육의 내용은, 과학에 관심이 생기기도 전에 질리게 만들었다. 요즘처럼 어려서 현장체험과 노작교육을 하고, 과학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실험을 해보고, 우리 땅 곳곳을 다녀보는 경험이 가능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하여간 과학은 내게 너무도 먼 영역이다. SF소설에도 흥미를 갖지 못할 정도니, 과학이란 단어만 들어가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러고 보니 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은 적도 별로 없는 듯하다. 제인구달의 <희망의 밥상>이나 최재천 교수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같은 책이 과학서의 범주에 들어가면 그나마 손에 꼽을 수 있겠다. 왜 내게 과학은 멀고 어렵기만 한가.

  학교를 졸업한 지 30여 년이 넘어, 아이가 참고도서로 읽는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기적인 분량도 그렇지만, 중학생이 이런 책을 참고도서로 읽는다는 게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너무도 과학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건가, 아니면 아이에게 살인적인 지식의 무게를 얹고 있는 건가. 한번은 아이 시험을 거들어 준다고 나섰다가 앗 뜨거워 한 적이 있다. 세계올림피아드 과학 경시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어찌 이리도 어려운 공부를 하는지!

  그나마 과학 교양서를 읽어내는 아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이해도 안되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붙잡고 씨름하던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과학이 친근하고 흥미진진한 과목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대를 이어서 과학을 어려워하고, 경원시하면서 보내길 원치 않으니, 어찌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책이 없을까, 늘 갈증을 느끼게 된다.

  수학, 과학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책들은 계속 나오지만, 그다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쉬운 길을 찾기보다는 관심이 생기게 해주면 좋겠는데,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든 책은 없는 걸까? 오래된 답답함을 조금은 풀어줄 책이 최근에 발간되었다.

  과학 소설, 과학교양서, 학습참고서 세 영역에 두루 걸쳐 있는 책은 <판도라 지구미션 11>이다. 제목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책인지 알 수 없지만, Eaeth Science라는 영문 표기가 지구과학 책이라는 걸 확인시켜 준다. 조금은 불편한 과정을 거쳐 책의 내부로 들어가면 따뜻한 일러스트와 사진, 그리고 소설식 구성이 어울려 있어 언뜻 보기에는 과학책보다는 청소년 교양서 또는 문학서 같은 느낌이 든다. 과학서는 어떻게 해서든 진입장벽을 만드나 보다. 
 
  만화책 제목 같기도 한 판도라의 지구 미션은 지구에서 6만 광년 떨어진 판도라 행성이 생명을 다하게 되면서부터 시작한다. 지구로 이주하기로 결정한 판도라 행성의 원로회의는 지구를 병들게 만들고 수많은 종들을 멸종상태에 빠트린 지구인들이 앞으로 자신들과 함께 지구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그것도 어른들은 가능성이 없으니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영물상자를 보내 테스트를 하기로 한다.  

  아이들은 11개의 미션을 해결해야 하고, 단 하나의 미션이라도 실패하면 지구인은 멸종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가장 먼저 한국 아이들이다. 과제는 태양계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아이들은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협심하기도 하면서 10가지 문제를 풀어 가는데…….

  현직 과학교사인 저자는 소년 시절 소설가가 꿈이었던 게 분명하다. 사실에 상상력을 더했다는 문화장르인 팩션이 지구과학의 영역에서는 <판도라 지구미션 11>으로 완벽하게 성공했다.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흥미진진하게 사건을 만들고, 이를 긴박하게 풀어가면서, 지구과학의 이해를 깊게 한다. 

  지구과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세계 청소년들은 11개의 미션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 미션은 태양계, 별, 은하, 달, 지구 구성, 광물, 암석, 화석, 판 구조, 대기, 해양학 등 지구과학 학습 범위 전 영역을 아우른다. 이쯤해서 저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으면서 고등학교 지구과학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게 한다. 그런 면에서는 새로운 지구과학 교과서라고 할 만큼 충분히 재미있고 알차다. 

  공룡박사인 이융남 지질박물관 박사는 “이 책은 팩션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책 속의 과학적 내용은 사실에기초하고 있어 재미와 함께 자연스럽게 지구과학에 대한 올바를 정보를 얻을 수 있다.”라면서 청소년들에게 좋은 학습서로 추천한다.

  예전에 이런 책이 있었다면 나도 과학과 친근해질 수 있었을까. 아쉬움 반, 부러운 마음 반이다. 내 아이가 읽고 나처럼 반가워하려는지는 미지수지만, 아마도 나처럼 오랜 세월 과학을 경원시하고 살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다. 과학은 정말 어려운가. 어렵게 만든 것일까. 후자가 아닐까. 상상력이 충만하고 감수성 예민한 10대의 뜨거운 가슴에 끝없이 외우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학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조금씩 관심이 생기고, 원리가 궁금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텃밭을 가꾸고, 꽃씨를 구해 싹을 틔워보면서, 자연의 순환의 과정이 눈에 들어온다. 고라니, 두더쥐, 땅강아지, 새들의 자취를 보면서 생명체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시골 캄캄한 밤길, 쏟아질 듯 빛나는 별들은 은하계 넘어의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지구라는 행성의 생명체와 역사, 지구를 유지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조금은 더 알고 싶어진다. 

  이 책의 저자가 지구 미래의 주인으로 희망을 품은 한 청소년들은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게 되길 바란다. 아이들이 가능하면 많은 경험을 하고, 우리 땅 곳곳을 밟아보고, 살아 숨쉬는 강을 따라 걸어도 보면서 과학을 몸으로 느끼고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활 속에서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감성 충만한 젊은이로 성장한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희망을 가져 본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과학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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