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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철학 - 이야기 탐구의 아이리스
김용석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평점 :
과거 철학의 목적은 자연의 근원을 찾는 원리, 인간이라면 모름지기 보편적으로 지켜가야 될 윤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가치인 진리, 이 세 가지를 탐구하는 일이었다. 이 탐구의 선두주자로는 탈레스, 프로메테우스,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있다.
이러한 목적 가운데, 철학자 김용석은 설리(說利) 탐구라는 하나의 신개념을 ‘탁’ 집어넣는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 철학을 탐구할 수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이야기 안에는 각종 철학이 숨어있으며, 이는 우리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설리탐구’가 서사철학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탐구가 나타나 있는 책이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서사철학>이다.
이야기와 철학의 만남은 참 생소하다. 하지만, 이 서사철학은 이미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시도한 탐구방식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 지은 <시론>을 통해 서사철학의 큰 뿌리를 제시하고 있다. 책에서는 ‘서사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는 모름지기 시간적 연결 구조가 적재적소하게 배치되어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적제적소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책에는 전체 이야기 속에 있는 하나의 장면이 다른 부분에 들어갈 경우, 전체 이야기가 어그러질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 구성 연결이 완벽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작가 김용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론>을 바탕으로 각종 서사물들을 분석해 나간다. 그 종류는 여러모로 다양하다. 과거 신화서부터 현대의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진화론까지. 그 대상은 시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서사철학은 과거 여러 평론과는 차이가 있다. 몇몇 평론가들은 특정 작품에 대해 평론할 때, 그 작품이 작성된 외부 시대적 상황,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연결시켜서 이를 분석한다. 이를 학술용어로 ‘문화연구’라고 한다. 하지만, 서사철학 탐구에서 중요한 사실은 작품, 그 자체에 대한 탐구이다.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 사물 그 자체가 우리 생활, 더 나아가 우리 인생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차근차근 분석해 나간다.
정가 25000원이라는 가격, 총 651page의 방대한 양은 독자들로 하여금 금전적, 심리적 압박을 부른다. 하지만, 철학과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받고 싶다면, 혹은 미래의 콘텐츠 제작자로써 미래의 독자들에게 감동을 일으키기를 원한다면, 이 책은 꼭 읽어봐야 된다. 이야기와 철학이 왜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게 올바른 짓인지 판단하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새로운 철학적 관점으로 이야기, 더 넘어가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 참 좋은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