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현실 - 한국의 지역주의,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
박상훈 지음 / 후마니타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 쯤 시청해 보았을 <트루먼쇼>. 그 영화 후반부에는 짐 캐리가 '만들어진 현실'을 당당하게 깨부수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저 장면을 보고 '역시 인간은 독립적일 필요가 있어!'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 현재에 그런 일은 말만큼 쉬워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 하나가 '지역주의'이다. 으례 선거 철만 되면 각 대중매체들은 '경상도 사람들은 나쁘다', '전라도 사람들은 나쁘다.'라는 논리를 온 지역에 퍼트린다. 아울러 정치인들 중에는 '지역주의'라는 단어를 이용해서 자신의 당선 수단으로 이용한다. 대중들은 '지역주의'는 고대 역사부터 계속 내려온 '진실'이라고 계속 이야기 한다. 아울러 그들은 이런 사회적 인식을 부시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망할지도 모른다고 탄식을 내뱉는다.

그러나 <만들어진 현실 - 한국의 지역주의.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가 아닌가?>에서는 이러한 '편견'을 과감히 깨부순다. 이 책의 저자,  박상훈은 책을 통해 '지역주의'는 절대 역사 적으로 만들어 진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 실체는 1971년 총선거에서 박정희 정권이 김대중 후보를 앞서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이 지역주의와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반공주의와 다시 결합하게 된 게 현재의 지역주의라고 말한다.

이러한 실체가 없는 내용은 1987년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이 김영삼, 김대중을 누르기 위해 조직적으로 다시 이용된다.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승리를 위해서는 당시 후보자들의 취약점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될 필요가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김대중은 호남사람, 김영삼은 영남사람, 김종필은 충청사람이라는 이분법적인 내용, 즉 지역주의였다. 이러한 내용은 결과적으로 노태우 외에는 다른 후보자가 자신의 지역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주게 되었다. 김영삼, 김대중이 당시 가지고 있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싹 무시되었다.

이러한 여러 부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지역주의 망국론은 잘 못 되었다고 말한다. 정치학 적으로 '지역주의'는 언어, 풍습이 본국과 너무나도 다른 경우를 나타낸다. 그 차이가 너무나도 심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은 자신들만의 독립국가를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게 된다. 중국의 티벳, 위구르, 러시아의 체첸이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런 '지역주의'가 전혀 없다. 같은 언어, 풍습을 지니고 있는데 굳이 자치국가를 만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일제강점기를 통해서 한반도 내 지역간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내용이 더 옳다. 지역주의로 인해 대한민국이 망할 가능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책의 주장은 참 흥미롭다. 특히 이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지칭했던 지역주의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놀랍다. 이 책의 논리대로 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실체가 없는 적과 싸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 유령이 대한민국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에게는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책에서 근거로 들고 있는 있는 관련된 여러가지 정치학적 조사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개념이다. 여러가지 대학 논문들, 그리고 저자가 1987년 대선을 정치학 적으로 분석한 내용은 지역주의 망국론의 허구, 권위주의 정권이 만든 지역주의를 뒷받침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결론적으로 해당 책은 지역주의에 대해 균형적 관점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지역주의의 형성과정에 대해 기존과 다른 입장을 생각하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매우 적절하다. 또한 정치에 대해 모르는 이들에게 해당 책은 대한민국의 '지역주의'라는 용어를 새롭게 정의내려 줄 수 있다. 책을 통해 정권이 만든 현실 '지역주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사회를 더욱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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