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 - 어떻게 읽을 것인가
서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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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200여권으로 구성된 세계문학전집 세트를 구입했다. 사두면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그 언젠가가 쉽게 오지 않았다. 자꾸 새로운 책들이 출간되어 나를 유혹하고,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머리속에 든 생각이, '세계문학전집의 책 들이야말로 시간을 뛰어넘러 살아남은 진정한 베스트셀러가 아닌가' 였다.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없는, 검증된 책들이 고전이니까.

그래서 큰맘먹고 몇 권의 책을 골라 읽어보았다. 읽으면서 주로 느낀 점은 '아.. 어렵다..' 였다. 물론 인생책이 될 만큼 좋았던 책도 있엇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글자만 읽다가 중도 포기하기 일쑤였고 그러다 보니 200권 중에 완독한 책은 몇 권 되지 않는 상황.

여기,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읽어보라!!' 고 용기를 주는 책이 있다. 바로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교수님의 '서민의 고전을 읽어드립니다.' 책. 이 책은 고전에 대한 해설이나 깊이 있는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의 목적은, 나처럼 고전을 한 번 쯤 읽어보고 싶은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보세요, 제가 용기내서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읽을만 해요. 그리고 적어도 하나는 남는 것이 있어요.' 하는 그런 다정한 소개서였다.

두툼한 벽돌책, 너무나 어려운 책들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무슨말인지 잘 모르겠다' 라고 하는 저자. (그 중에서도 특히 '신곡이 고통스러웠던 이유'는 가슴에 팍팍 와닿았다.) 재미있었던 책에 대해서는 수다쟁이처럼 책 자랑을 늘어놓는 저자. 무엇보다 '고전을 읽으면 있어보입니다!!!'를 강조하는 저자의 귀여운 글에서, '그래,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서민 님 개인의 흑역사 에피소드들도 아주 재미있다.

지금도 고전을 읽고 나면 전문가들의 해설을 찾아본다. 그러다 그것이 내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이나 생각과 다르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고, 마치 내가 책을 잘못 읽어낸 것처럼 민망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책은 내가 읽은 것이고, 내가 느끼는 것이니까. 재미가 없으면 또 어떤가. 서민 교수님이 '돈키호테'를 읽고 나니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지 않는가. 어디가서 '나, 돈키호테 읽어봤어!!' 한 마디만 할 줄 알아도 그게 어딘가!!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야 한 권이라도 더 읽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인생책을 만날 수도 있겠지..^^

다음에는 여기에 소개된 책들을 하나씩 찾아 읽고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래서 '서민 교수님, 교수님 말씀이 맞았네요^^' 하면서 같이 웃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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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박철화 옮김 / 문학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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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있음)

대략 20여년 쯤에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 같다. 그 때의 충격과 공포이란... 읽고 난 뒤에는 약간 두렵고 불편한 느낌마저 들어, 그 이후로 이 작가의 작품을 더는 읽지 않았다. 너무 읽고 싶은데 무서워서 읽을 수가 없는 상태랄까.. 그러나 작가의 이름은 절대 잊지 않았다. 아멜리 노통브.

그러다 이번에 문학세계사에서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출판된 이 책을 만났다. 과거의 그 느낌이 되살아날지 기대하며 첫 페이지를 넘겼고, 다 읽는 지금 나의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은 제롬과 텍스토르 둘 간의 대화로만 이어진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제롬에게 낯선 남자 텍스토르가 접근하여 말을 건다. 텍스토르는 일상적인 소재로 대화를 시작하고 그마저도 귀찮은 제롬은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그는 무슨 이유인지 제롬을 따라다니며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고, 제롬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텍스토르는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제롬의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제롬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던 비밀을 꺼낸다. 스스로를 속여가며 감춰두었던 끔찍한 비밀. 그리고 이어지는 완전한 파멸.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어지는 반전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지만, 그 어떤 전쟁터보다 잔인하고 끔찍하다. 텍스토르의 말들은 허공을 떠다니는 껍데기 같다가도, 반박할 수 없도록 정곡을 찌르기도 하는 느낌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상황, 이야기인데 쉴새없이 쏟아지는 텍스토르의 현란한 말들이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 안에는 남들은 모르는 다양한 면이 있다는 것을. 그러고 보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의 정신분열, 이중자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누구나 자신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과연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진짜 나는 과연 누구일까.

끝내 부정하고 싶은 나의 자아가 나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결국은 나를 파괴시키는 이야기. 연극으로 올리기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실제로도 연극으로 공연되고 있다고 한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관람할수 있기를. 충격적인 전개로 놀라움을 주는 아멜리 노통브의 작품이었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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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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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쾌락


'쾌락'은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다. 사용에 있어 조금 조심스럽다고 해야 할까. 비슷한 단어로 '기쁨', '행복'이 떠오르는데, 이 두 단어는 '쾌락'과는 다르게 거리낌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쾌락' 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부정적인 느낌이 든다. 일반적인 행복한 감정을 넘어서, 오로지 행복 하나만을 쫓아 극단을 향해 치닫는 방탕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이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라는 학파는 일단 그 이름에 이러한 '쾌락' 이라는 단어가 붙어있다는 것 만으로도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과연, 쾌락 그리고 쾌락주의의 핵심인 '아타락시아', '아포니아'는 어떤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알게된 쾌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편적이고 감각적인 흥분상태와는 다르다. 쾌락은 가장 으뜸가는 선이자 살아있는 것의 목적으로서, 쾌락은 곧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끝이다. '오직 맑은 정신으로 이성적으로 추론하여 모든 선택과 회피를 위한 근거들을 찾아내고, 마음에 가장 큰 소동과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잘못된 생각들을 몰아내는 것(114p)'이야말로 쾌락의 삶이라는 것이다.

'자족'에 대한 강조 또한 인상적이었다. '자족은 큰 선으로,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더라도 적은 것으로 큰 만족을 얻기 위함이다(113p)' 라는 구절에 에피쿠로스 학파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자족하는 인간은 빵 하나, 물 한잔 만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큰 쾌락을 느낄 수 있다. 금욕주의와 쾌락주의는 마치 정 반대의 양 끝에 있어 대치하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이 두 가지 학파가 이야기 하는 것은 결국 자족을 통해 만족을 이루면서 인생의 행복을 찾자는 것이다. '아타락시아(마음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평정한 상태)' 와 '아포니아(몸 고통의 부재)'라는 소박한 쾌락이 에피쿠로스 학파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인 것이다.

그 옛날 기원전 341년에 태어난 철학자의 글이 2000년 이상의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지를 알려준다. 상상도 못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한동안 유행했던 단어 '소확행'과 일맥상통하는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세상살이 참 별 것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예나 지금이나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겠지.

200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이지만, 처음 접해보는 제대로된 철학책이라 그런지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자세한 주석과 정성어린 해제가 이해를 도와 그나마 이 정도로나마 읽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한 권의 좋은 교양서적을 만났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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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쓰레기 1제로 - 지금 바로 실천하는 101가지 제로 웨이스트
캐서린 켈로그 지음, 박여진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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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일터이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 지구는 더 좋아지기는 커녕 현상유지도 어려울만큼 점점 더 아파하고 있다. 다급한 마음에 환경관련 여러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우리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만 설명할 뿐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주는 책들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마음은 있으나 방법을 몰라 안타까워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책이 나왔다. 바로 '1일 1쓰레기 1제로'이다. 스무살에 유방암 공포증을 경험한 저자는 나와 지구를 위한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가이자 사업가이다.

이 책은 제로 웨이스트로 가는 길을 위한 101가지의 친절한 팁을 소개한다. 쉽게는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빨대 거절하기 부터 조금 고난이도 팁인 로션 만들기 등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저자다 보니 미국에서만 실행해 볼 수 있는 방법들 또는 미국의 친환경 기업이나 서비스 등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 책 하단에 국내에서 비슷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들과 유사한 국내 기업들을 별도로 언급해주어서 더욱 고마웠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너무 잘 하려는, 너무 완벽하려는 부담은 버리고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서서히 바꾸어 나가면 된다는 것. 완벽하지는 않지만 용기를 내서 하나씩 시도해보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 언젠가는 절망에서도 희망을 보게 되지 않을까.

오늘도 내 출근 가방에는 텀블러가 담겨 있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가장 쉽게 그리고 꾸준히 해온 쓰레기 줄이기 실천법이다. 이제 이 책을 만났으니 하나씩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때이다.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지구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의 길에 이 책이 좋은 지침서가 되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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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 한없이 다정한 야생에 관하여
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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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모든 관계맺기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가족, 아버지로부터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 영향으로 일찌감치 차라리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해결책이 아니었을까. 그런 결정은 그녀를 로키 산맥의 오두막집으로 이끌었다.

 


그녀의 생물학자이다. 자연, 동물들을 관찰하고 연구한다. 그녀가 선택한 오두막은 번잡한 인간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였다. 그 누구도 쉽게 찾아올 수 없는.

 


그런 그녀의 집에 꼬마 여우 한 마리가 찾아왔다. 처음에는 그러다 말겠지 하였으나, 여우의 방문은 계속되고 매일 4시 15분은 이제 여우와 그녀의 약속된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여우에게 어린왕자를 읽어주기를 시작했다. 매 문장이 끝날 때면 15초의 침묵을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우가 말할 차례'라는 뜻으로. 인간과는 다른 언어를 쓰는 이 작은 손님에게 건네는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이다.

 


생물학자로서 자연사를 가르치는 그녀에게, 야생동물의 의인화는 '생각만해도 감상적이고 꼴사나운 짓'이었다. 대신 그녀는 여우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매일 여우가 그녀의 공간에 잠시 머무르는 것을 허락한다. 우리가 애완동물을 키운다면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사진을 찍겠지만, 저자는 여우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 여우'라고 부를 뿐. 그러나 그 둘은 분명 서로를 받아들였다. 진정한 우정으로.

 


저자는 오두막을 감싸주는, 아름답고 때로는 두렵기까지 한 자연과 동식물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여우와의 만남 또한 호들갑스럽지 않고 차분하게 써내려간다. 정신없는 현대사회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삶을 선택한 그녀의, 자연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아니었을까. 온 세상를 뒤흔들어대며 마치 지구의 주인인냥 행세하고 있는 인간도, 결국에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셀 수없이 많은 생명체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말하듯이.

 


이제 우리 여우는 떠나갔다. 책에는 뽀얗게 보여 마치 그림처럼 느껴지는 여우 사진 한 장만 남겨져 있다. 인간과 여우, 인간과 자연이 서로 함께한 짧지만 아름다운 기록. 책 표지에 써있는 것처럼, 이보다 더 다정한 야생에 대한 기록이 또 있을까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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