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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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의 이름을 자주 듣게 된 건 그리고 낯선 그 이름을 친숙하게 느끼게 된 건, 여성주의교육연구소 페페(Feminist Pedagogy) 덕분이다. Facebook에 읽은 책 소감을 종종 올리곤 했었는데 그중 2020년 출간된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도 간단한 후기를 올린 책 중에 한 권이었다. 그런데 그 책의 기획자인 김동진 대표가 댓글을 달아주셨다. 친구도 몇 안 되는 독후 감상문 모음집에 가까운 SNS에 저자의 댓글을 받은 첫 책이었기도 하고, 기획자로서 불편했음직한 내용도 적혀 있었는데 가감 없이 의견을 달아주셔서 인상적이었다. 이후 페페 연구소가 기획한 모든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몇 권을 더 읽었다. 특히 SNS로 소식을 종종 전해 들었는데, 내가 벨 훅스의 부고를 처음 알게 된 것도 페페 연구소를 통해서였다. 저자의 벨 훅스를 향한 애정을 짐작하고 있었고, 책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나올 책이 나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자만의 친밀감이랄까.

 

 책 제목은 간결하게 짓다 보니 그 책이 어떤 책인지는 부제를 통해 명료하게 알 수 있는 편인데, 이 책 역시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이라는 부제가 <벨 훅스 같이 읽기>를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이 책에서 가장 처음 와닿은 것은 글의 형태였다.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체화해서 책 속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고 그 책이 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일곱 명의 저자가 각자의 양식으로 몸소 선보인다. 물론 책은 혼자 읽은 것이 아니라 함께 읽은 흔적도 글(김은지) 중 남아 있고 한 권의 책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저서나 저자들을 데려오는 일(레일라)도 있지만, 벨 훅스를 애정 할 수밖에 없는 이유뿐만 아니라 가끔은 섭섭하기도 하고 거리가 느껴지기도 하다 다시 그에게 끌리게 되는 그 모든 과정이 저자의 삶을 관통해 보여준다. 만약 벨 훅스의 일곱 권의 저서에 대한 요약 혹은 이론적 배경 등을 원하는 이라면 생경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사실 이 방법은 벨 훅스를 조금이라도 알거나 그녀의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이 양식이야말로 벨 훅스의 사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느낄만하다. 어려운 말을 지양하고 모두를 포용하는 페미니즘을 희망했던 벨 훅스가 현재를 살고 있는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독자 7인에게 어떻게 와닿았는지를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벨 훅스 같이 읽기>라는 제목이 벨 훅스를 같이 읽은 독자들의 증언으로도 벨 훅스를 같이 읽자는 제안으로도 해석됐다.

 

​ 이 책 특유의 양식은 공저자들에 대한 눈길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된다. 각기 다른 색깔의 일상을 영위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교육과 관련한 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저자들은 이 책에서 정도는 다르지만 자신의 일 또는 일상과 벨 훅스의 저서를 연결하고 있다. 자칫 교육계 고학력 청년 페미니스트 여성들로 한정된 벨 훅스 독서 기록으로 비칠 위험도 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보다는 벨 훅스를 소환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에 더 눈길이 가게 된다. 차별을 벗어나고자 떠났지만 또 다른 차별을 당면하게 되고(오혜민), 현장에서 계급이 다른 다수와 시공간을 나눌 때 계급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며(김은지), 차별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이 차별임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종종 실패했다고 고백하는(장재영) 저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왜 벨 훅스에게 위안을 받고 그녀가 건넨 말 걸기에 응하고자 노력하게 되었는지 수긍하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먼저 벨 훅스를 만난 독자들이 그녀와 조응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해주는 선독자의 다정하게 내민 손이다. 이 책에서 만난 벨 훅스의 적극적인 독자의 모습은 다음 독자인 내게도 벨 훅스를 나침반 삼아보고 싶은 마음을 잔잔히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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