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단편집
듀나 지음, 이지선 북디자이너 / 읻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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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산화 작가의 『전혀 다른 열두 세계』를 읽고 SF를 더 읽어 보려던 차에 이 책을 만났고 택했다. 이달 초 교보문고에서 실물을 먼저 보고 너무 예쁘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조금 더 기운 것도 있다. 이지선 북디자이너님 표지면 끝난 거 아니냐며 내적 호들갑 떨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앞뒤 양옆 어딜 봐도, 누가 봐도 듀나 책. 책의 존재감을 일깨운 디자인이 참 멋지다. 듀나 팬이라면 소장 욕구 샘솟을 테다. 아니, 이미 샀으려나.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에는 단편 21편이 실려 있다. 무려 21편이다 보니 소재가 겹치는 작품도 꽤 있었다. 그래서 초기에 듀나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간 여행, 살인, 외계 관련 작품들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재미있었던 작품은 이러했다. 얼결에 제임스 크로버 교수의 타임머신에 붙은 나비가 과거에 고작 15분 머묾으로써 미래가 뒤바뀐 이야기(「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 개척 행성 안케세나멘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 사건 이야기(「렉스」), 지구 그리고 우주에서도 일을 벌이고 다니는 사고뭉치 삼촌 이야기(「새는 바가지」), 살인을 의심받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아세니안 로봇 이야기(「원칙주의자」),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별이 6개인 식당에 온갖 외계 생물들이 들이닥치며 벌어지는 이야기(「일곱 번째 별」), 본인이 죽인 아내를 집에서 다시 만난 전직 화학 교사의 이야기이자 소설 말미에 다다를수록 몸이 오스스해지고, 마음은 씁쓸해지는 이야기(「홍장표 씨의 경우」), 앨리스를 오마주한 듯한 이야기(「토끼굴」) 등등.


각 단편이 끝나면 현시점에서 쓴 듀나의 코멘터리(해설)가 나온다. 듀나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고, 특히 집필 30년 후 작품에 대한 생각의 변화 등을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마지막에는 부록이 있는데, 이것 역시 볼만하다. 듀나가 어릴 적 읽었던 청소년 SF 소설, 가장 좋아하는 마블 영화, 듀나가 말하는 SF 계보에 대한 이야기, 듀나가 이야기꾼이 되는 데 영향을 준 책과 작가, 듀나 그리고 풋내기 SF 통신망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작품 『미래 세계에서 온 사나이』 이야기, 듀나가 처음 읽은 시간 여행 이야기 등. 소설뿐 아니라 소설 바깥에서 적은 작가의 말, 에세이 등도 좋아하는지라 즐거이 읽었다. 수십 편의 단편이 실리는 만큼 이 책을 읽고 독서 모임을 꾸려 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서로 어떤 단편이 기억에 남았는지 이야기하면 책을 오래, 깊게, 다양하게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추천 대상

미발표 데뷔작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까지 실린 초기 작품집을 읽고 듀나를 좀 더 알아 가고 싶은 듀나의 찐 팬


표4, 본문에 온전히 담아낸 하이텔 감성을 만끽하며 듀나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 가 보려는 독자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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