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티나 데이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정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면 우리는 보다 기계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지금도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편리함’ 때문이었다. -p509

 

히가시노 게이고는 온다리쿠 만큼이나 독자로서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로 책이 나온다. 그 중에서 정말 반했던 책도 있고, 조금 실망이다 할 정도로 별로였던 책도 있었다. 늘 신작이 나오면 기대하는 작가 중 하나인데 『플래티나 데이터』는 오랜만에 긴장하고 빠져들었던 책이다. 이번에는 스케일이 좀 커진 스토리라서 읽기 전부터 기대했는데 읽어 나가는 동안에도 히가시노 특유의 냉철함과 인간미 둘 다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일본 소설이 헐리우드 스타일로 스케일이 커지면 꼭 눈치 없는 나도 결말을 눈치 채서 재미가 반감된다. 이 책 역시 사실 결말은 예상했었다. 원래 맨 위 권력층들이 일반인들은 모르게 많은 일을 꾸미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만 있었더라면 이 책이 괜찮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읽는 동안이 훨씬 더 재미도 있었고, 과학의 발달에 따라 편하게 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점점 잃어가는 인간미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였다.

 

사람들의 DNA를 모아 사건이 벌어지면 그것을 토대로 범인을 잡아낸다. 범인의 완벽한 몽타주로 경찰들은 일이 더 쉬워진다. 하지만 경찰인 아사마는 이 너무도 간단한 작업에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를 포함해서 작품을 인정받은 도예가 들의 작품이 대량으로 위조되고 그것을 위조한 것이 사람이 아닌 기계란 것을 알고 아버지와 주인공 가구라는 큰 충격을 받았다. 더군다나 진심인지 가품인지를 직접 만든 본인도 방송에서 가려내지 못해, 자신의 인생을 바쳐 만든 작품에 대해 망신을 당한 아버지. 그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선택을 자신의 눈으로 목격한 후 충격으로 다른 인격을 갖게 된 가구라.

 

가구라는 그날 이후 인간과 기계의 차이를 생각하다 결국 유전자의 수수께끼를 해명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 그렇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DNA로 범인을 잡는 시스템을 천재인 다테시나 소키와 오빠인 다테시나 고사쿠와 함께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DNA에 빠져있는 동안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알아가는 부분이 점점 멀어졌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다른 인격인 류가 잊지 않도록 기억하고 있었다.

 

적절한 긴장감과 『백야행』이후로는 최근에 읽은 미스터리 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이상적인 기묘함을 더했다. 거기엔 인간적인 면과 현재 우리가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큰 거부감 없이 비춰냈다. 물론 그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설사 결말을 알았다고 해도 연쇄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재미를 느끼며 충분히 읽어나가는 동안 빠져들 수 있었다.

 

20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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