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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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중그네』를 통해서 오쿠다 히데오를 알게 되었고 단지 재밌다보다는 사람이 갖고 있는 약한 부분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 우울하지 않은 진지함을 담고 있는 그의 성향이 마음에 들어 그 뒤로 몇 권 챙겨보는 작가다. 희망을 담고 있는 책도 있었고 읽는 나까지 참으로 안쓰러운 생각이 들 만한 캐릭터도 있었다. 『꿈의 도시』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최악』이라는 오쿠다 히데오 책이 생각났다. 등장인물들이 만나는 모습이나 책 두께, 그리고 보통사람들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는 점이 비슷했다. 물론 내용은 차이가 있고 『최악』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을 담고 있다.

 

 

가상의 지방도시에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 그리고 지위에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랑 별반 차이는 없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느낄만한 외로움과 일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 그리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자기만의 생활들. 안타깝고 얽힌 모습에 한숨이 나오지만 그들에게도 꿈이 있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나열하다 중반 이후가 되면 급격히 속도가 빨라진다. 하나씩 일이 벌어지고 그들은 연결된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아마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소설 속 인물끼리 엮는 건 『스무살 도쿄』와 비슷하다.

 

 

생활보호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공무원 아미하라 도모노리. 평범하고 조용한 공무원 생활에 그들과 대립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온 만큼 인원을 줄이기 위해 인정사정없이 뒤를 캐야 한다. 부인의 외도로 이혼하고 혼자 살아가고 있고 파친코에서 잠복하다가 우연히 그 주차장이 유부녀들이 성매매를 하는 장소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 유부녀에게 반해서 그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모으고 그녀를 미행하면서 남몰래 짝사랑을 한다. 자신도 모르는 흥분을 느낀 것이다.

 

 

려인서클을 이용하는 남녀들의 얼굴에는 겸연쩍어하는 기색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남자들은 파친코 대신이라는 기분으로, 여자는 잠깐 용돈벌이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p337

 

 

그는 혼자만 짐작할만한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트럭으로 무언의 협박을 받게 된다. 생활보호 수급자들을 선별하고 그들에게 자식들에게 그런 악순환이 연결될 수도 있음을 강조하고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일을 하도록 압력을 넣는 과정에서 중산층은 사라지고 양극화가 심해진 일본이나 우리나라 상황을 느낄 수 있다.

 

  

도쿄에서 대학 생활을 꿈꾸는 구보 후미에. 자신이 있는 시골을 안 그래도 싫어하는데 도쿄 여행을 갔다가 그곳에서 처음 본 세련된 상류 사회의 느낌을 잊지 못하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생활은 모두 시들해졌다. 도쿄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집으로 가는 도중, 그녀는 누군가에게 납치된다. 그녀는 감금을 당했지만 협박도 폭력도 없다. 은둔형 외톨이가 그녀를 가상의 인물로 부르고 공주 대접을 해주는 것이다.

 

 

폭주족이었던 과거, 잘하는 것도 특별히 없는 가토 유야. 남들처럼 프리터로 일하면서 작은 돈으로 살긴 싫고 그래서 전직 폭주족이었던 사람 밑에서 일하면서 노인 대상으로 누전 차단기 사기 세일즈를 하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어린 아들이 있다. 자신이 일하는 것을 걸려 전 아내가 정부에서 생활비를 반밖에 못 받자 아들을 쇼타를 유야에게 보내버렸다. 처음에는 죽을 맛이었지만 엄마의 도움으로 점점 아들을 키우면서 책임감도 느끼고 작은 행복도 알게 되었다.

 

 

마트에서 좀도둑을 적발하는 보안 요원 호리베 다에코는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다. 보안 요원 생활을 하던 중 젊고 순한 여자가 훔치는 장면을 목격해 그녀를 심문하던 중 그녀의 불안한 모습이 과거의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다에코는 그녀가 만신쿄라는 종교에 다니는 것을 눈치 채고 그녀를 구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건 바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슈카이라는 종교로 그녀를 데려간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에코가 가장 마음이 안 좋은 캐릭터였다. 그녀의 쓸쓸함과 보잘 것 없는 외모, 그리고 나이도 많아 직업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안타까웠고, 특히나 혼자인 여자들이 종교를 갖거나 사이비에 빠져드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그녀가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과 나이 들어 혼자인 외로움에 마음이 안 좋았다.

 

 

야망을 품고 살아가는 재력가 시의원의 생활은 마치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상이다. 외도는 일상이 되었고 그의 아내 역시 그것을 알지만 묵인하고 쇼핑으로 복수한다. 그가 성공하기 위해 당선되기 위해 조폭과도 엮이고 다른 큰 힘을 가진 세력과도 엮여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거래를 하고 흥정을 하는 모습은 마치 작년에 본 영화 『부당거래』가 떠오른다. 아마도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촉을 세우며 오늘도 어디선가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겪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문제점을 잘 그려냈다. 중산층이 사라져 빈곤층이 더 늘어난 시점에서 생활보호 수급자가 되는 문제는 그들에게 전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늘 당하기만 하는 수줍음 많은 소년이 자신을 가상 세계에 가둬버리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부모에게는 폭력을 일삼는 것도 우리는 가끔 TV에서 보아서 알고 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서 특별한 기술도 없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프리터밖에 없다. 그러니 젊은 나이에 큰돈을 벌고 싶어 거친 일에 뛰어들게 된다. 세상이 언제부터인지 정말 살기 힘들어졌다. 한참 일할 나이에 프리터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졸업하자마자 빈익빈부익부 사회에 떨어지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다.

 

낯선 사람들이 격려해주었다. 필사적인 성원이 귀에 와 닿았다. 내내 잊고 있던 인간의 다정함이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고마움을 좀 더 일찍 느꼈더라면 좋았을 텐데. 빛이 비쳐들었다. - 본문 중에서

 

 

 

20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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