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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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책을 읽는 순간, 마치 온다 리쿠 월드에 발을 들여놓는 느낌이다. 이런 기묘한 분위기는 물론 일본 작가의 책을 읽을 때 가끔 등장하고, 최근에 『1Q84』를 읽을 때도 든 느낌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섬세하고 깔끔한 기묘함을 선보인다면, 온다 리쿠는 부드럽고 매혹적인 기묘함을 안겨준다. 전에 읽었던 몇 권의 책이 이 작가를 열망할 만큼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그 느낌이 잊히지 않아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은 작가로 남았다. 그녀의 신작 중 이 흑백의 장미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들의 세월만큼 수많은 음모를 담고 있을 것 같은 호화로운 호텔. 그곳에서 재벌가 세 자매의 파티가 열린다. 매년 열리는 이 파티는 초대한 사람도 손님도 모두 자신의 입지를 확인하는 그런 어느 정도의 가식을 담고 있는 모임이다. 진실인지 허구인지 늘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걸 좋아하는 그녀들. 그녀들을 중심으로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한 일가인 것 같지만 그들의 속사정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 켰다. 자매들 간의 보이지 않는 경쟁과 불화, 사람들의 눈을 의식한 진실을 알 수 없는 소문들, 부모를 잃은 남매의 관계, 그리고 엮인 애정관계들. 그것들이 악의를 담고 그 안에 담겨져 있다.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진실이 하나씩 벗겨진다.

 

이 책을 제 2변주까지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 이 사람 아까 죽은 거 같은데? 이건 무슨 상황이지?” 시점이 바뀌면서 누가 죽었고 이것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쩜 그것을 간절히 바라게 된다. 이 소설은 그것에 대한 대리만족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는 사람에 대한. 아래 이야기를 통해 이 소설이 왜 이렇게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이야기 자체를 몽상으로 만들어 버리는지에 대한 답이지 않을까 싶다.

 

전 회장은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는 지금도 메아리처럼 내 안에서 울리고 있다.

‘진실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허구가 섞이면 더욱 진한 향을 풍긴다.’

나는 남은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진실은 거짓에 섞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진실다워 보인다.

또 진실은 농담에 섞어야 한다. 그래야 얘기가 더욱 탄탄해진다. -p244

 

음악과 영화와 호텔이 하나의 무대처럼 모든 게 적절히 섞인 느낌이 드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동안 늘 배경처럼 자연스럽게 이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판타스틱 미스터리답게 뭔가 아름답지만 섬뜩함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읽으며, 자기 전 밤에 책을 손에 쥐고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빨간 장갑에서는 이야기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다 읽고 나면 이 기분이 자연스레 없어지지만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예전에 [장화, 홍련]을 봤을 때 느낌이 살아나기도 했었다.

 

   

 또 한 번 그녀의 신비함속으로 빠져든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그녀가 만든 소설 속 가상공간으로 이동해서 직접 그곳에 있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참으로 묘하고 사람을 몽롱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의 무대는 흑백이지만 그 검정 색채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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