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 제인 오스틴의 [설득]

 

월터 엘리엇 경의 둘째 딸 앤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현명하고 순수하고 솔직한 사람이다. 그녀의 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들이 권위와 남들에게 보여 지는 부분을 아주 중요시 한다면 앤은 그런 것보다는 실속 있고 현실적인 부분이 많은 여자다. 특히 책을 읽다보면 앤의 아버지와 언니에 상황이나 성격이 나타나는데 그건 그 시절 계급에 대한 속사정,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누굴 만나려 하고 어떤 행동을 즐겨 하는지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 또한 풍부하다. 아버지가 파산 직전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지위를 상하게 하는 행동들은 할 수 없다고 우기는 것을 보면 우습게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처음 앤의 언니가 너무나도 완벽하고 멋진 여자라 주인공인지 알았는데 처음부분만 넘어서면 바로 언니와 아버지가 거의 존재감 없이 취급하는 앤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웬트워스의 등장으로 인해 그녀의 과거에 회상이 이어지고, 책에 나타나 있는 [설득]이라는 제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를 많이 사랑했지만 그녀는 신분차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자신이 믿고 기대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설득당한 것이다. 그 후 그녀는 빛을 잃고 그 안에 죄책감을 담은 듯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한 채 30살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그때 다시 나타난 것이 그녀가 한 때 사랑했던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웬트워스다. 자신이 준 상처 때문에 그녀는 다시 다가가지 못한다. 빛을 잃어버린 자신의 외모도 자신이 없고, 그를 다시 보게 되니 예전 감정이 살아나 가슴이 뛰지만 그녀는 그것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앤이 웬트워스에 대한 행동과 감정들에 대한 표현이 굉장히 섬세하고 사랑스럽다. 요즘 같이 사랑도 빠른 시대에 느껴볼 수 없는 잔잔한 설렘이 담겨 있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삼각관계가 펼쳐지는 데 누가 봐도 멋진 남자가 앤에게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엘리엇 가의 후계자로 선택된 남자였다. 그는 과거에 이해할 수 없게 엘리엇 가의 후계자 자리를 마다하고 신분이 낮지만 돈이 많았던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 물론 그는 다시 솔로로 돌아왔고 전과 다른 점은 굉장히 많은 돈이 생겼다는 것이다. 너무나 멋진 외모와 빈틈없는 행동으로 모두가 그에게 넋을 잃지만 당사자인 앤만은 뭔가 어색함을 느낀다. 물론 그의 정체는 그녀의 어릴 적 친구를 통해 밝혀지게 되고 앤은 웬트워스와 해피엔딩을 이룬다.

 

앤이라는 인물은 흙속에 묻혀 있는 진주 같은 존재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해주고 가식적이기 보다 진심으로 생각해주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편이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정도는 분간할 줄 알고 조용하고 침착하게 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앤의 연애는 조심조심, 조금씩 다가가는 사랑이었다. 이런 미소 짓게 하는 책을 전에 읽은 적이 있다. 바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줄리엣과 앤의 사랑이야기가 나에게는 비슷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2010.09.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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