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아슬아슬 위험하다. 애초에 무언가에 짓눌려 꿈꾸기 보다는 포기하게 되는.

발버둥 쳐봤자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불쾌한 소설이다. 하지만 같은 또래로써 이런 상황에 있던 사람들을 본 적 있고 20대 초반에 내 방황에 대한 이유가 조금 비춰져서 그런지 남일 같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그럴 것이다. 그렇게 사니 그렇게 밖에 못사는 거라고. 애초에 밀려 나 있는 사람은 더 나아지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꿈꿀지 모르는 거 같았다. 자기도 모르는 뭔가 어긋난, 혹은 큰 그림에 조각을 잃어버린 느낌으로 살아간다.

 

노래바에서 만난 21살의 선수 제리를 만났다.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분위기 맞추려 안간힘 쓰는 그를 보면서 마음이 더 무거워만 간다. 우습게도 그녀는 그곳에 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학생이기 때문에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는 데 넉넉할 리가 없다. 더군다나 아르바이트를 하지도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자꾸만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일행들은 그날 재미가 들었는지 바로 집에 가지 않고 다른 선수들을 부른단다. 그녀는 또 다시 선택하고 모르는 사람과의 낯설게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게 너무 싫어 다시 제리를 찾게 된다.

 

그녀에게는 남자친구라고 하기엔 관계가 좀 그런 남자 강이 있다.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인데 지금은 거의 파트너에 가깝다. 이런 저런 대화 없이 그냥 여관으로 직행한다.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냥 미적지근한 관계를 그들은 계속 유지하며 지낸다.

 

매일 술을 먹고 토하고 어떤 날은 강을 찾아가고. 그녀의 생활패턴을 보면 참, 답이 없다. 수도권 전문대 야간도 간신히 다니고 있고 꿈도 없다. 사회적 잣대로 우리 같이 위, 아래 세대와 경쟁해야만 하는 발버둥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사람들이 애초에 스펙이 너무나도 차이나니까 지레 포기해 버리는 것과 같다. 아무리 해봤자 난 안된다는 생각이 들고 그 절망적인 현실이 싫어 계속 피하고 도망치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답 없는 주인공한테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냥, 지금의 나만 좀 아니었으면, 누군가 내 옆에 좀 있었으면.....하는 바람뿐이었다. 항상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잠을 자지만, 어느 누구와도 진정으로 함께였던 적이 없었다. 여럿이 술을 마시는 이 순간조차도 나는 혼자라는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죽을 때까지 같이 술 마셔 주는 사람이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어.” -p80

 

제리는 그녀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같은 거 같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난놈이 있나보다. 그래서 제리 같이 평범한 애들은 아무리 날뛰어도 그 영역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시작부터 다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그녀는 그에게 자신과 같은 모습을 보았고 그런 그를 안아주고 싶고 보듬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그녀의 무기력함을 강이 보살펴주고 싶었던 것처럼.

 

나 나름대로는, 노려가지 않은 게 아니었다. 날라리 혹은 문제아라는 수식에서 벗어나려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나는 늘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아였고 인간쓰레기였다. - p106

 

나는 이 책을 통해 사람의 편견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잊고 있었던 것들을 느꼈다. 사람의 한 면만 보고 그 사람에 대한 기대보다는 “걔가 그렇지 뭐” 나 역시 이런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사람이니까. 그들도 노력하고 있고 그런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이 그들을 더 돌아올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알았다.

 

그들의 소외와 외로움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운 책이다. 물론 전체적인 느낌도 무겁다. 거기에 나름 술에 대해, 섹스에 대해, 리얼하다. 몰입해서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질 만큼.

 

내 또래 친구들도, 알 수 없는 사회에서 너무 조여 오는 통에 알 수 없는 무기력함과 자신만의 세계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도 사람을 대하는 생각이나 행동이 좀 더 낯설게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어떤 외로움을 느낄 것이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각자의 방법 또한 있을 것이다. 어떤 세대건 외롭고 소외됨을 느낀다. 하지만 지금 우리세대는 그것을 처음시도하도 받아들이는 세대인 것 같다. 나 역시 내가 속해있는 이곳이 싫어 발버둥 치며 현실도피를 꿈꾸는 무의미한 생활을 이어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것은 20대에 느낄 수 있는 한 때란 생각이 든다. 그때 그렇게 같이 방황했던 사람들도 지금은 거의 정신을 차렸으니. 너무 어둡게 20대 시절을 담은 소설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제는 좀 다른 색깔을 가진 소설 또는 작가도 나왔으면 한다. 좀 밝고 능청스러운.

 

2010.08 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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