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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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노스케와 만난 인생과 만나지 못한 인생이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아마도 달라진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춘 시절에 요노스케와 만나지 못한 사람이 이 세상에 수없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굉장히 득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p198

 

요노스케는 내가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평범한 한 사람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도쿄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상경하는 모습은 마치 서울을 처음 가 본 사람 같았고 거기서 시작하는 삶을 바라보며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사귀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간신히 시험을 치르는 모습이 꽤나 친근한 모습이다. 이 책에 좀 더 점수를 후하게 준다면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 속에 과장되지 않은 진한 감동이 느껴졌다. 요노스케라는 한 인간을 둘러싸고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의 먼 훗날을 비추는 모습이 신선했고 잔잔한 감동을 담아냈다. 그것은 내가 지금 만난 사람이 나중에 우연한 기회에 생각이 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추억’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것은 문득 옛 생각이 나게 하고 ‘그 사람 그랬었는데’ 하는 아련함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좋았다. 요노스케라는 너무나도 어리바리하고 평범한 한 사람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현재보다 먼 미래에 그를 문득 기억하는 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팬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읽은 두 권은 별로였다. 섬세했지만 너무 평범한 느낌이 강했었는데 평범함 속에 많은 것을 남길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책을 통해서 알았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퍼레이드] 같은 반전은 없었지만 이 자체만으로 충분한 성장소설 다운 훈훈함과 여자 친구였던 쇼코 라는 인물을 통해서 기대하지 않았던 웃음도 자아낸다. 아무래도 한국과 동시 출간이라서 그런지 작가가 한국에 관심이 있는 건지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인물도 자주 등장한다. 뒷부분에서 조금 찡해지는데 그건 일본인을 구하다 사망한 고 이수현 씨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이 작가는 주인공들을 과하지 않게 골고루 배치를 잘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캐릭터들이 겹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데 그 인물 하나하나에 심리나 성격을 어찌나 잘 표현했는지. 많은 책을 쓰면서도 그런 캐릭터 하나하나를 만들어 내는 솜씨가 개인적으로 신기할 정도였다. 거기에 매번 너무나 평범해서 누구하나 쳐다볼 것 같지 않은 사람이나 그들의 생활을 그는 너무나 세심하게 표현해 낸다. 신기하게도 조금만 집중력이 떨어지면 금방 잊힐 인물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살면서 엉키는 인간관계에 대한 기쁨과 기억에 대한 훈훈함이 느껴져 오노스케가 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날 기억할 때 이렇게 미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히 운이 따르지도 잘하는 것도 없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솔직한 그의 모습에서 감동이 묻어나온다. 너무 어린나이에 주인공이 가버린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쉬운 죽음이었지만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일본, 한국 할 거 없이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것 같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2009.10.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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