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시작 전에 어렵게 느껴지는 작가가 있다면 주제 사라마구와 코맥 매카시다. 워낙에 찬사를 받고 있는지라 읽기 전 ‘대단한 작가 일 것이다.’ 라는 편견부터 생기게 된다. 최근 [로드]를 개봉한다고 하기에 개봉 전에 읽어야지 하면서 [로드]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었다. 물론 그 뜻을 헤아리기는 조금 부족했지만. 그래서 이 작가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맘에 최근에 나온 국경 3부작을 선택했다. 먼저 [국경을 넘어]를 잡았지만 3부작 중 2번째라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줄 알고 1부 [모두 다 예쁜 말들]부터 읽기 시작 했다. 하지만 그냥 바로 2부부터 읽어도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문제는 없었다.

 

첫 번째 시리즈에 말이 등장했다면 두 번째는 늑대가 등장한다. 소년은 단지 늑대를 불쌍히 여겨 잡았지만 멕시코로 돌려보내려 함께 떠나게 된다. 처음 소년은 늑대 때문에 국경을 넘게 된다. 그는 단순히 돌려보내기 위해서였지만 그 여정은 만만치 않다. 늑대를 잡는 과정에서 늑대에 대해 묘사한 부분에서 많은 것을 알았다. 똑똑해 보이는 늑대를 잡기 위해서는 먼저 늑대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 잡은 후에 길들이는 방법도 동물에게 정을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과정을 상상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특히 늑대와 공감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밧줄을 통해 길들이는 과정은 1편보다 좀 더 긴장감이 연출되었다. 아무래도 늑대이다 보니 혹시나 끊을 물어뜯어 소년을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경을 건너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넘는 것이고 그것을 소년은 아무것도 모르고 침범한 경우가 되었다. 그것도 늑대를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주려 했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소년은 현실에 부딪치게 된다. 늑대를 구경시켜 주는 대신 돈을 받는 사람들. 소년은 결국 늑대를 자기 손으로 보내고 만다.

 

소년은 늑대의 뻣뻣한 머리를 들어 올렸다. 혹은 쥘 수 없는 것을 쥐려는 듯 손을 뻗었다. 살을 먹고 사는 꽃처럼 더없이 아름답고도 섬뜩한 늑대는 이미 산속을 달리고 있었으므로, 피와 뼈로 만들어졌으나 전쟁의 그 어떤 상처에도 희생될 수 없는 그 무엇. 비가 그러하고 바람이 그러하듯 시커먼 세계의 형태를 깎고 다듬고 파낼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고 있으리라. 하지만 쥘 수 없는 것은 결코 쥘 수 없고, 삽시간에 지지 않는 꽃은 없으며, 여자 사냥꾼과 바람마저도 두려워하며, 세계는 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 p167

 

다시 집으로 돌아온 소년. 불행은 마치 시작이라는 듯 인디언들의 공격으로 부모는 죽고 동생은 다행히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가져간 집에 있던 말들을 찾기 위해 동생과 다시 국경을 넘게 된다. 여정을 통해 작가는 삶과 국경은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넘어가는 하나의 이야기로 표현해 냈다. 이야기라는 것은 끝도 없고 바로 우리의 삶이며 모든 이야기는 하나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끊임없는 여행을 하면서 소년은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1부에서는 주인공에 집중되어 여행과 사랑 그리고 말에 대한 이야기라면 [국경을 넘어]는 좀 더 넓은 의미가 부여된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부각된 느낌이었다. 동생과의 여행에서 동생이 다치고 죽으면서 많은 안타까움과 허망함.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부분은 [모두 다 예쁜 말들]보다 더 처절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게 한다.

 

세계는 이름이 없지. 세로(덕)와 시에라와 사막의 이름은 오직 지도상에만 존재해.

우리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이름을 붙이지.

하지만 우리는 이미 길을 잃었기 때문에 이름을 붙이는 거라네. 세계는 결코 잃을 수 없어.

우리가 바로 세계야. 이름과 좌표는 바로 우리 자신의 이름이기에 그걸 로는 우리를 구할 수 없어.

우리의 길을 찾아줄 수도 없고. 잔 동생은 세계가 그를 위해 선택해 준 자리에 있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거지. 하지만 그곳은 자네 동생이 스스로 선택한 곳이기도 해. 무시해선 안 될 운명이지. -p515

 

번역가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코맥 매카시가 이렇게 화려한 문체에서 [로드]에서 스타일이 조금 바뀌었다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에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보고 어쩜 이렇게 화려하고 세심한 문체가 있을 수 있을까? 했지만 [체실 비치에서]를 읽으며 전혀 다른 작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근데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과 [로드]를 읽으면서 이언 매큐언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로드]보다는 국경 3부작이 더 좋았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말을 타고 부츠를 신은 주인공의 서부 모습이 그대로 상상이 됐던 것은 단연 묘사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글 자체에서 서부의 메마르고 퍽퍽한 느낌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이 두꺼운 책을 들여다보며 의외로 글 자체에는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조금 지루할 수 있는 긴장감도 크게 나타나 있지 않다. 하지만 모든 초점이 배경음악 하나 없이 주인공의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다. 마치 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그에게 따라다니는 무수히 많은 단어들을 국경 시리즈를 통해 공감할 수 있었다.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botongsaram 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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