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
최갑수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이 다가오면 별로 좋아하는 계절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떠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여름휴가라는 말 때문인지 몰라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도 있다. 요즘 개인적으로도 여행이라는 단어를 느낄 여유가 없어서인지 올해에는 여행관련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싶다고 느낀 건 순전히 매혹적인 제목에서였다. 산책과 낮잠이라. 이 두 단어가 그렇게 느긋하고 포근할 수가 없었다.


 

“왜 사람들은 루앙프라방을 떠나기 아쉬워할까요?”

내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아마도 이곳에서 시간의 실체와 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언제 시간과 진지하게 마주한 적이 있었을까. 우리는 시간 앞에서 옹졸했고, 급했고, 주저했고, 불안했고, 고독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루앙프라방에 와서 비로소 시간이 어떻게 느리게 흘러가는지를 알게 된 거야. 시간을 소비하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거지.” -p33


 

얼마 읽지 않은 책에서 나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시간. 그것이었다. 늘 조급하고 빨리 지나가고 무엇이든지 바쁘게 지내야 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압박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전에 몇 개월 동안 중국에 갔을 때 나는 그 지루한 시간과 마주했다. 그러면서 여행에 대한 매력을 처음 알았던 것 같다. 한국에 있으면 아무것도 한 일 없이 허무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이상하게 다른 곳에 가면 정말 너무 안 간다. 늘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내가 그리워하는 여유로움을 콕 찌르다니.


 

조금 낯선 루앙프라방. 사진으로 봐서는 시골인 것 같은데 아이들 위주의 사진들에서 그 순수함과 해맑음 그리고 여유가 그대로 묻어나왔다. 자연과 어우러진 그들의 삶이 오늘 만큼은 부러웠다. 신기하게도 이런 곳에서의 생활은 많은 감수성과 가르침을 불러낸다. 저자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글귀 하나하나 섬세하게 느껴졌다. 창문이나 골목을 관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여행자를 다시 불러오는 매력을 지니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성공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하지만 목적 없이 흘러가다보면 사람도 지치게 되어있다. 그래서 여행이란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것을 버리고 그 길을 택한 사람들을 나는 늘 부러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으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그 느긋함으로 돌아가길 마음속에 담아두고 여행을 꿈꾼다.


 

“또 한 가지. 길에서 헤매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제 갈 길을 찾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헤매는 건지도 몰라요.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마세요. 느긋하게 길을 가면 되요. 어쩌면 길을 잃는다는 것도 행운일 수 있으니까.” - p48

 

2009.07.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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