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책만 읽는
이권우 지음 / 연암서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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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산 사람들이 저마다 기록을 남긴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기록들이 서로를 비판하고 교정해 진실의 성채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이끌 터다.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은이가 인용한 마르쿠제의 말처럼 “지나간 고난을 잊어버린다는 것은 그 고난을 야기했던 힘들을 무찌르지 않고 잊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p140


 

책에 대한 책이야기는 늘 흥미롭다. 그래서인지 제목에서 나오는 느낌은 ‘정말 책을 많이 읽을 것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저자의 이름을 들어본 듯해서 검색해보니 전에 읽고 싶었던 책 목록이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번 달에 같은 읽은 책에 대한 영국작가의 이야기와 비교해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일단 [죽도록 책만 읽는]에서는 반가운 책들이 반 정도는 있어서 더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책꽂이에 꽃아 놓기만 하고 읽기를 기다리는 책도 있었고 읽어보고 싶다 하고선 잊어버린 책도 있었다. 물론 읽어보고 싶지만 선뜻 용기를 낼 수 없는 책도 있었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전체적으로 재밌다. 그리고 깊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의 진지함이 그대로 묻어나오는데 바로 전에 읽었던 닉 혼비라는 영국작가와는 상반되는 느낌이었다.


 

닉 혼비는 거의 많은 부분을 재미와 가벼움, 그리고 솔직함으로 풀어나가서 읽는 동안 즐거웠지만 그가 읽은 책 목록을 많이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 책을 한 번 살펴봤을 때 반가운 제목들이 많았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작가와 책이야기에 대한 교감이 생길 것 같다는 확신이 들게 했다. 그는 서평 전문가이면서도 책을 사랑하면서도 글쓰기를 아직도 두렵다고 말하면서도 중립적인 시각으로 그리고 포인트를 잘 찾아서 자신의 느낌과 잘 버무려 서평을 쓰는 것 같아 읽는 내내 부러웠다.


 

물론 그가 책 한권씩 읽을 때는 그 책 한 권이 아니라 다른 무수히 많은 책들과 연결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공감하면서 그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마냥 부러워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물이었을 테니까. 너무 생각지도 못했던 책들도 있었다. 의외로 그냥 잊고 지나갈 수 있는 그런 책들을 하나하나 이 책은 이런 부분을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팁이 많이 들어있다.


 

일단 이 책은 어렵지도 않고 쉽게 책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준다. 너무 가벼워서 민망하지도 그렇다고 어렵게 느껴지는 고전 같은 책들만 풀어놓지도 않았다. 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려 애쓴 흔적이 남아있다. 아무래도 솔직함과 책 마다 포인트를 잘 잡아줬던 부분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덤으로 책을 쓴 작가들의 이야기도 조금씩 들어있어 읽고 싶은 책에 대한 이해도 높여준다.


 

책에 대한 이야기들 하나하나 가만 생각해 보면 범위가 정말 다양하게 들어있었다. 철학, 과학, 고전, 소설 등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발견한 점이 있다면 만화책에 대한 부분이었다.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장르는 만화라면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만화책이 괜찮은지 따로 알아보지 않았었는데 여기서 말해준 레리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등 몇 권은 꼭 읽어보려고 체크해뒀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218페이지 편지로 주고받은 철학 논쟁 부분이었다. 마치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대화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은 모습으로 리뷰를 섰는데 어찌나 솔직하고 재밌던지 나도 꼭 이렇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퇴계와 고봉이 편지를 주고받은 내용을 친구에게 쉽고 재밌게 이야기 해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친근함과 함께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2009.06.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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