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결국 어떤 문체로 쓸지를 완전히 망각해버리고 자연체로 썼을 때 그 사람의 문체가 태어나는 것이다. 드물게는 피카소의 화풍처럼 생애 몇 번인가에 걸쳐서 스타일에 극적 변모를 이루어내는 사람이 저술가들 중에도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일단 확립된 문체는 변하지 않는다. 보다 세련되어져 갈 뿐이다.-193

 

다치바나 다카시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것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라는 책을 유심히 살펴보면서였다. 그가 많은 책을 읽고 고양이 빌딩이란 이름의 서재를 갖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전문적인 저술가이면서 책을 읽을 때 다양한 장르를 탐닉하며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의 삶이 궁금했다. 안 그래도 넘쳐나는 정보와 책들을 접하며 복잡했던 머릿속을 한 방에 정리해 줄 책이 필요했다. 제목과 책 소개를 살펴보니 이거면 내 머릿속의 실타래를 조금은 풀어주겠구나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책 하나를 읽을 때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많은 선택 속에 실패와 성공이 번갈아가며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게 된다. 이런 노하우를 시작할 때 알았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어떤 일을 하건 생기기 때문에 이 사람은 어떻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정리하고 있을까 싶었다. 많은 것을 읽고 공부하고 글로 쓰는 그의 비법은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에 집중하며 읽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스타일의 책이면서도 그 내용의 요점을 찾기가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들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조금 어렵게 돌려서 읽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어려운 단어를 쓴 것도 아닌데 이 부분이 아이러니 하지만 하여간 쉽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 작가가 무슨 말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내가 알고 싶은 것에 대한 해답이 들어있지도 않으며 또 너무 여러 가지 방향을 제시하다 보니 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의아한 경우도 많았다. 오히려 명쾌하게 나는 이런 스크랩을 합니다. 이런 것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 보관합니다. 라고 이렇게 단순 명료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갔다면 ‘아! 이런 방법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너무 폭 넓은 범위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읽기 전에 그냥 편한 맘으로 이런 책이구나! 하면서 읽어 나갔다면 그 실망의 크기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다치바나가 정보를 어떻게 얻고 그것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또 어떻게 보관하는지 그런 단순한 과정들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들이 모두 담겨있지만 단순하지 않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그가 제시한 방향들이 대부분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들이라 그만의 독특한 방식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책이 매우 어렵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좀 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더 많이 보여줬으면 했는데 그런 부분이 생각과는 많은 차이를 담고 있었다. 오히려 그가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이나 정리하는 모습을 에세이 형식으로 오로지 자신이라는 초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을 텐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은 다음 많이 듣던 이야기로 항상 마무리를 지으니 뭔가 그의 이야기가 만족스럽지 못한 점도 있었다. 물론 그의 이야기도 많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로 섞여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찾아보니 1983년에 연재한 기사를 가필하여 정리한 책이다. 너무 늦게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실망한 부분이 있는 반면 정보가 들어오고 나가는 과정들을 한 눈에 보고 큰 틀을 만들어가며 독서나 정보 습득에 있어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만들어 준다는 점을 얻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런 저런 정보를 이 책을 통해 걸러내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정보 정리에 대한 이야기나 책을 어떻게 읽고 글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필요했던 단순한 정리에 대한 이야기만을 원했다면 이 책은 정보의 습득, 과정을 거쳐 정보를 걸려내서 출력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것은 입력, 출력, 그리고 입력에서 출력에 이르는 과정이다. 그리고 뒷부분 쪽에서 제시하는 부분들은 전문적인 느낌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 그가 어떻게 지식을 만들고 단련하는지 그래도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렸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의 책 몇 권을 더 읽어야만 그의 노하우를 이해하지 않을까 싶었다.

 

2009.03.botongsara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