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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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문제는 시인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가 아니라 그를 시인으로 이끈 그 ‘이상한 열망’이다. 그 이상한 열망 앞에서, 인간은 결국 아득히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37


김탁환 작가를 처음 접한 것은 [혜초]였다. 주변에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해서 늘 관심이 가던 중이었는데 다른 책보다 김탁환 작가가 좋아하는 책이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초기에 접한다는 점이 궁금하고 설레기도 했다.


 

어느 작가가 독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펼쳐보고 공감하는 책이 어떤 책인지 말해주는 이런 이야기는 늘 재밌고 관심이 간다. 그리고 왠지 그 작가에 대해 친근한 느낌도 들고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을 때도 여러 상황이 매치가 되면서 작가의 책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는 기회도 있었다. 그래서 작가의 에세이나 책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가 남게 되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다.


 

[뒤적뒤적 끼적끼적]을 들여다보니 생소한 책도 있고 제목만 들어본 책도 있고 읽은 책도 있었다. 10가지 테마에 100편의 책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도 참으로 귀엽지만 책이야기 역시 김탁환 작가의 삶을 엿보듯 훈훈함이 남는다. 그리고 같은 책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왠지 책 친구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혼자만의 착각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김탁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같은 책에 대한 같은 독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정반대의 감정이 나오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주위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이런 기회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같은 책에 대해 내가 볼 수 없었던 시각을 만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이 너무 재밌는 시간이었다.
 

그가 선택했던 책을 통해서 그의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해 성숙된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는 것도 같은 책이라 해도 20살 때 읽고 30살 때 읽는 책은 다른 맛을 보여준다는 것을. 그리고 조금은 인간미가 느껴지는 작가 김탁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알아갈 수 있는 훈훈한 느낌이 좋았다.

 

자신의 열정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가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작가로써 느끼는 창작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글은 작가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래 이야기를 읽으며 내 생각이 조금은 작았구나 싶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 죽는다. 물론 내가 쓴 글들은 남겠으나 그것들로 내 삶을 평가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것들은 한낱 순간의 느낌이거나 착각이거나 흔적일 뿐이며, 나의 삶은 그보다 훨씬 풍부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것이다. 실패하되 패배하지 않는 삶을 갈망했던 허밍웨이의 인생 역시 그의 작품들 속으로 축소될 수 없다. 그렇기에 삶은 더욱 값지고 죽음은 더욱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42

 

역사를 통해 추억을 더듬어 보기도 하고 고전소설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고민과 방황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김탁환 작가는 요즘 일본소설을 읽지 않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라는 책 목록을 보고 의아했다. 하지만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가벼울 것이고 읽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은 다만 작가의 표현방법일 뿐이라는 것도 배웠다.

 

개인적으로 약한 부분은 시와 과학 부분이었다. 시를 가만히 읽고 곱씹어 보는 것이 아직은 어색해 다가가기가 사실 힘들었다. 하지만 부담 없는 유명한 시집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 자 들어있지 않은 글속에 언젠가 번뜩하는 그런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혹여 가르침이 없더라도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 책을 읽는데 있어서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어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점찍어둔 책이 너무 많았다. 책을 읽는 시간만큼 검색해서 찾아보고 관심이 가는 책들은 다시 스토리를 살펴보고 호감이 가는 것만 추려도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도 모두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나도 언젠가는 나만의 [뒤적뒤적 끼적끼적]을 채울 책들을 만나기 위해 지금도 오늘도 뒤적이고 있다.

 

2009.02.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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