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한승원 지음 / 푸르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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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을 명심하십시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자기의 고통을 비틀어 꼬아 빛을 만들고, 그 빛은 푸른 하늘 한복판으로 너울너울 날아가는 찬란한 새가 된다는 것을.

 

책을 읽을수록 글쓰기에 욕심이 난다. 하지만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나의 감정을 두서없이 적어나가다 보면 너무 인터넷 용어에 익숙해져 맞춤법이 맞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글이 막히게 되고 내가 알고 있는 단어들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고 하던 일 뒤로하고 글쓰기에 대해 처음부터 배울 시간은 나지 않아 글쓰기에 대한 책을 서서히 읽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시작은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선택이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글쓰기란 것을 가볍게만 여겨왔다. 블로그에서도 쉽게 쓸 수 있고 서평이라는 것도 내가 느낀 감정을 별 어려움 없이 써왔기 때문이다.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작가들의 비법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 자신을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내가 너무 기본적인 단어들만 반복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충격을 받아서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한승원이라는 작가의 책 중에서는 [다산]이라는 책을 눈여겨봤었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나와는 동떨어진 작가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소설, 그리고 칙릿을 많이 접한 나에게 한승원이라는 작가는 마치 고전을 들춰봐야 되는 어려움이 느껴졌었다. 한승원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글쓰기에 대한 그의 자세는 조금 충격이었다. 그렇다. 나는 글쓰기라는 것을 너무 가볍게만 생각했다. 그냥 쓰면 된다. 어느 것이 중요한 요점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남이 쓰니까 나도 쓸 수 있다고만 생각을 한 것이다.

 

40년 동안 글을 쓴 한승원 작가에게 배울 점은 생각보다 많았다. 비단 글쓰기뿐만이 아니다. 허영으로 가득 찼던 마음에 거품을 제거해주는 말들도 있었다. 글이란 것을 너무 쉽게만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인스턴트식의 글쓰기에 익숙한 나에게 글의 소재를 정하고 한 번 쓴 글을 몇 번이나 다듬어 가면서 고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화려하게 포장하기 보다는 속안에 있는 글 자체가 감동이다. 솔직하고 조금은 촌스러울지 모르나 그것이 더욱더 큰 깨달음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한 계단씩 오르며 글을 완성하는 사람이었다. 남을 속이려 하지도 않았고 지름길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최고의 글쓰기 비법을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라.” 라고 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는 가끔 너무 당연한 기본을 무시하고 정석대로 힘들게 살려하지 않는 삶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다시한번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글쓰기란 것은 무엇일까?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말은 ‘글은 자기 깨달음의 기록이다.’ 라는 부분이었다. 자기의 삶을 무방비 상태로 놓아뒀던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된다. 글쓰기란 것도 이런 철학적인 면이 많이 담겨있다. 의심하는 것이 명상이고 사유가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글쓰기란 것도 삶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었다. 막힌 길에서는 새로운 길을 뚫고 나아가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즉 글쓰기를 증명 받고 싶어 하는 심리적인 부분도 같았다.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고독의 감정들도 글쓰기에서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고독한 나를 만나지 않고서는 참된 나를 만나지 않고서는 나의 글을 쓸 수 없다. 타인과의 어우러짐도 중요하지만 글을 쓸 때는 자신을 자신만의 섬에 가두는 것도 깨달음을 얻는 하나의 방법이다.

 

모름지기 글을 잘 쓰려면 마음속에 착함과 진실됨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다음은 글쓰기에 미쳐야 한다. 미친다는 것은 그것이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매진하는 것이다.
글을 쓰되 그 글을 자기 생명처럼 사랑해야 한다. 한번 쓴 것을 고치고, 다시 고치고 또다시 고친다. 그것을 오랫동안 묵혀놓았다가 새 마음으로 고치기를 몇 번이든지 거듭해야 한다. 추사가 구멍 난 버루가 열 개 되도록 몽당붓이 천 개나 되도록 글씨를 썼을 때 종이는 또 얼마나 없앴을 것인가.-p74

 

내가 생각했던 가벼움에 대한 후회 때문에 글 쓰는 것이 부담을 느꼈다 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한 단계 성숙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었다. 글이라고 쓰는 것은 서평이 전부지만 일단은 글쓰기에 대한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게 되었다. 푹 우려내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우리의 전통 음식처럼 인생도 글쓰기도 공들여야 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허물을 한 꺼풀 벗어내고 성장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것은 내가 바랐던 글 잘 쓰는 비결이 뭔지에 대한 궁금증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얻게도 해주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냥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이 아니다. 생각 없는 일상의 기록은 우리 삶의 현상에 대한 기록일 뿐이다. 눈앞에 드러난 현상을 볼 뿐 진실을 보지 못한 글이라면 읽을 가치가 없다.
글쓰기는 독자에게 질문하기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들 삶의 진실 아닐까요. 하는 질문.
삶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것은 그것을 찾아내려는 자의 항심여하에 달려 있다. 글을 잘 쓰려면 항심의 날을 날카롭게 버려야 한다.
글 쓰는 자의 항심이란 무엇일까.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주의 깊게 살피고 성찰하는 가슴이다.-p100

 

2008.11.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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