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빈곤의 카운트다운
김재인 지음 / 서해문집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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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했던 불안감의 원인을 시원하게 밝혀준다. 대충 알고는 있지만 선뜻 남들에게 말하기는 뭐한 그런 상황이었는데 저자가 앞뒤에 빠진 이야기들을 채워주니 마치 가려운 곳을 정확하게 긁어주는 시원한 느낌이 든다. 주가는 1400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하루하루 국민들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그뿐만 아니다 모든 것이 외환위기 때 상황처럼 불안하다. 서브프라임사태를 시작으로 전 세계가 침체기에 빠졌다. 끊임없는 비관론이 쏟아져 나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펀드열풍이 불어 닥치던 때에 펀드에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은 환매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금융위기에 대해서 신문에서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을 예상하고 있고 세계 대가들의 예상은 2010년 정도면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는 그보다 완전히 빈곤한 쪽으로 변하게 되니 그것을 준비하라 당부한다. 여러 가지 설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문제가 많으니 쉽게 회복하기는 힘들 듯 싶다. 경제는 늘 회복과 침체를 반복하지만 그러기에 어쩌면 너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입담에 놀랐다. 여기저기 논리적으로 써나간 글들에 치우치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빨려 들어가는 듯하고 설득된다. 저 밑바닥 근본적인 원인부터 오목조목 설명하고 나오는데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경제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부분부문 공백을 이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장하준 교수의 책들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알겠지만 왠지 이 책에서는 정리된 느낌을 받았다. 각 나라마다 가장 잘하는 것으로 서로 무역에 참여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는 잘하는 나라가 다 차지하는 승자독점 체제다. 선진국 후진국이 동일한 조건에서 대결을 하니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게 된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달러화 가치의 하락이다. 전에 로버트 기요사키나 도널드 트럼프의 책에서도 미국은 달러를 너무 많이 찍었기 때문에 가치 하락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었다. 21세기에 들어서 미국 정부의 적자를 달러를 인쇄해서 적자를 메웠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를 나타내는 것 일수 있다. 미국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데 미국이 무너진다면 세계가 무너지는 꼴이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거기에 요즘 미국은 소비침체로 인해 부동산 가치 하락이며 모든 것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마디로 제조업을 통해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된 자본주의의 지배자들은 이제 금융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엄청난 부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p36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석유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있고 대체에너지는 더디기만 하다.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으로 인해 더욱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고 그들은 이미 그것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다른 국가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 상황을 짚어보면 자영업자 수가 엄청나면서도 또 망해서 없어지는 수 또한 만만치 않다.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아웃백 에서 외식을 한다. 우리가 내는 돈의 많은 부분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화부분에서도 우리나라는 상당히 약하다. 거기에 자녀들의 교육에는 많은 돈과 시간을 쏟지만 정작 우리의 정체성이나 철학 등은 무시당한 상태다. 영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정작 우리의 인문, 고전을 학습할 기회는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재밌게 읽은 부분을 아래에 적어봤다.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 한 권이 현대자동차 수십만 대가 벌어들일 외화를 영국에 안겨주었다고. 그것도 공해 하나 없이.
옳은 말씀이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창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왜 언급하지 않느냐 말이다. 그런 작품 하나가 나오기 위해서는 수만 개의 도서관, 수십 년에 걸친 독서 교육-영어 몰입 교육이나 일제고사가 아니라-, 수천만에 이르는 국민 모두가 돈 버는 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머리를 채우는 책을 평생 읽은 결과란 말이다.-p172

 

우리가 준비해야 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제시해 준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은 북한이야기였다. 북한에는 남한의 24배나 달하는 광물 자원이 묻혀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우리의 상황은 우리도 알고 있듯이 좋지가 않다. 거기에 앞으로의 경제발전에 있어서 기여할 마땅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 같았다. 그들이 말하는 여러 가지 경제상황에 대한 해석과 대안의 오류에 대해 파헤치는 부분에서 그저 말하는 게 맞겠지 했던 부분들. 전혀 의심하지 않고 당연히 여겼던 것들에 대한 오류를 짚어내니 생각의 전환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루기 힘든 주제들. 신자유주의, 민영화, 미국의 재정적자와 달러화 위기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이야기들.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비관론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모른 척 한다면 그저 당할 수밖에 없다. 현실을 이해하고 이런 상황에 대해 알고 있고 자신만의 대비책을 만들어 놓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날 것이다.


오랜만에 시원하고 재밌게 잘 읽은 책이다. 물론 저자의 극심한 비관론에 대해서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앞뒤 오목조목 따져가면서 꼼꼼히 짚어주니 만약에 대비할 수도 있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도 있어 좋았다. 지금 돌아가는 경제상황을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이해하고 있다면 과거와 미래 이야기를 동시에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모든 이야기들의 얽혀있는 과정과 그저 순진하게 단편적으로만 믿어왔던 모든 것의 실체를 알 수 있다.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고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2008.10.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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