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단지 어떤 사람은 어떤 책을 읽는지 그것이 궁금했을 뿐인데 이 작가는 글을 정말 몽롱하게 책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깊이가 있어서 쉽사리 읽었다기 보다는 작가의 이야기 보따리에 놀란것이 더 먼저였다. 예를들면 진중권씨는 어떤 책들을 읽을까? 뭐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면 정혜윤 저자의 책에 대한 사랑에 깊이를 느낀 것이 더 먼저였다. 거기에 소개해준 책들을 하나씩 찾아보면서 생소한 책도 있고 어디선가 들어봤던 기억이 나는 책들도 있고 나는 다락방에서 보내는 것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책을 좋아하니까 이책이 끌린것인데 저자의 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며 '난 아직도 갈길이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저자가 전에 예스24에서 섰던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 또한 잊지 않았다. 글들이 어쩜 그리 하나같이 맘에 드는지 이제야 정혜윤씨를 안것이 아쉽기만 하다.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 독서 목록을 잘 꾸며줬을터인데..

 

진중권씨를 처음본건 [TV책을 말하다]에서 읽고 싶었던 책인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편을 보던 중 어떤 말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의 이름을 보니 진중권이었다. 그후로 촛불시위 인터뷰를 통해서 그를 보았는데 그때도 역시 말을 잘 하는 모습을 보고 진중권이란 사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책을 읽고 자랐을까? 개인적으로는 조금 어려워보이는 보르헤스의 작품들을 소개해줬다. 그밖에 읽으려고 준비해놓은 마르크스의 책들도 있었고 황금가지 같은 책도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분이라 그런지 추천한 책은 차근차근 읽어보려 한다.

 

진중권이 독서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추천 도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다. 진중권이 책을 읽는 이유는 감동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자기만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다.-p30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경험했던 정이현씨와 자신의 세번 이혼한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지영씨의 아픔과 그것을 극복해나갔던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공지영씨의 독서법은 하나의 궁금증이 생기면 그 방면의 책을 전부 볼려고 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김탁환씨는 예상외로 시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임순례씨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책을 통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이 늘 좋았다고 한다. 자신이 겪어나가는 일상은 한정되었지만 책을 통해서 상상력을 키워나간 것이다. 은희경씨는 책을 통해 삶을 알아가는 성숙한 사람이었다. 찰스 디킨스와 김수영 시인등을 추천해줬고 그녀의 철학적인 이야기도 많이 담겨져 있다. 이진경씨는 두번째로 관심있게 봤는데 푸코와 니체가 인상적이었고 마르크스의 책들도 읽고 싶었다.

 

변영주씨가 한말중에 일본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일본 소설이 가볍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무거워요. 일본 소설들은 누구를 묘사해야 하는지를 찾아낸 거죠. 자기 성찰이 대중적으로 들어간 문학이 요새의 몇몇 일본 문학이라고 생각해요."-p197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다른 시점으로 생각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신경숙씨는 불안한 청춘 시절을 늘 책을 읽으며 보냈다고 한다. 프랑스적 느낌이 물씬 나는 시간이었다.

 

배우 문소리씨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서 조금 성숙한 아이였다고 한다. 책을 통해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그녀의 연기력 역시 성숙한 느낌이 담겨있다. 박노자씨의 책도 아직 못읽었봤는데 다른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의 생각을 알고 또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듣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글을 통해 우리나라, 북유럽, 러시아에 대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근본부터 뿌리채 흔들며 던져주는 우리 시대의 놀라운 논객이다.-p253 이말이 아마도 박노자씨를 표현할 때 가장 맞는 말인것 같다. 책에 빠져 있던 사춘기 시절 한국 여배우와 불교에 빠졌다는 그. 추천한 책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쓸쓸함보다 더 큰 힘이 어디 있으랴]였는데 제목에서 오는 느낌과 조금 내용이 담겨진 것을 읽어보며 많은 울림을 느꼈다.

 

아무래도 추천한 책들도 너무 좋았지만 작가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시기에 어떤 책을 만나서 그들이 앞으로 나아갔는가에 대한 것들이 너무 재밌기도 하고 그들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하는 하나의 시간이었다. 인터뷰 내용은 생각보다 짧았지만 거기에 정혜윤씨가 한사람 마다 그 상황에 맞는 이야기들을 붙인 부분이 오히려 이 책을 단순히 인터뷰를 넘어선 책으로 만드는데 한몫했다.

 

한사람 한사람의 스토리가 책에 대한 열정을 불러왔다. 아직 길이 멀지만 책에 대해 조금씩 재미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시간을 곱씹어 봤다.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은 없었다. 정혜윤씨의 다른 내용들을 검색해 읽어보고 추천해준 책들을 모두 검색해보고 내용들을 살펴보고 나만의 리스트를 다시 만들면서 너무 재밌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책에 관한 책을 몇권 읽었지만 정혜윤씨의 책이 단연 최고였다. 소개해준 책 목록도 너무 맘에 들었고 책읽기에 있어서 내 정신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거기에 책을 정말 좋아하고 많이 알고 때와 장소에 맞게 멋드러지게 구절을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진짜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의 팬이 되었고 그녀의 이야기들을 앞으로도 계속 읽어나갈 꺼 같다.

 

2008.08.botongs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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