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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ㅣ 인생그림책 21
이순옥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분홍이가 우리집에 오고 나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제일 큰 변화는 우리 가족이 산책을 한다는 것이다. 일에 지쳐 퇴근하고 온 뒤엔 집에서 꼼짝도 않던 남편과 내가, 매일 분홍이를 위해 짧게라도 밖에 나가 산책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은 것들이 있다. 바로 자연의 소중함이다. 맑은 하늘, 푸르른 나무, 지저귀는 새소리까지 어느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보통은 공원 수풀 속에서 분홍이와 놀곤 하지만, 가끔은 길을 걸으며 길가에 난 꽃과 풀들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한다. 그럴 땐 잘 관리된 화단에 핀 화려한 꽃들보다 벽돌 사이 틈을 비집고 쑥 나온 고고한 민들레에게 더 눈길이 간다.
「틈만 나면」이라는 책 속에서도 그렇다. 지글지글 끓는 아스팔트 위, 냄새나는 하수구 뚜껑 사이, 낡고 버려진 벤치 사이에서 빼꼼 모습을 드러낸 민들레와 새싹들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진다.
틈만 나면
작은 틈만 나면
나는 태어날 거야.
쑥쑥 자랄 거야.
멋진 곳이 아니어도 좋아.
조금 답답해도 상관없어.
어디라도 틈만 있다면 나는
활짝 피어날 수 있어.
작가님은 콘크리트 틈을 비집고 태어나는 풀들을 보며 삶의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나 또한 책에 나온 풀들을 보며 끈기, 인내, 기다림, 생명력, 나아가 자연의 위대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회색도시를 배경으로 짙은 초록색으로 무성히 자란 풀 그림들이 인상적이었고 짧지만 강렬한 글이 책의 완성도를 더해주었다. 생명의 위대함과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일깨워주는 아름답고 멋진 그림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