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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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물건이 새벽같이 배송되어 오고, 또 클릭 한 번으로 맛있는 치킨이 집 앞으로 배달된다. 굉장히 편리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자꾸만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남에게 떠맡기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일까?

이처럼 모든 것을 남에게 맡기고 철저히 고립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가 있다. 그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었다. 왜? 무엇이든 문 앞까지 가져다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앞에 살아 있는 돼지 한 마리가 배달되어 온다. 돼지의 몸에는 이러한 쪽지가 붙어 있다. '죄송합니다.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요. 직접 해 드세요!'

아파트 사람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연 뒤, 돼지를 직접 손질해서 요리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준비물을 잔뜩 배달시키고 파티를 할 계획에 신나한다. 들뜬 사람들을 뒤로하고 돼지가 도망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권정민 작가의 신작 '사라진 저녁'을 가제본 서평단으로 만나보았다.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도 재미있게 읽었고,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라는 책은 그울림 그림책 모임에서 회원님들과 함께 본 적이 있기에 작가의 신작이 무척 기대되면서도 기다려졌다. 역시나 권정민 작가님은 나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점점 고립되어 가는 사회,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인간들, 그 사이에 버려진 플라스틱 더미들... 책 속에 그려진 그림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의 뼈아픈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충격적이면서도 각인이 확 되었다.

왜 그들은 살아있는 돼지를 눈앞에 두고서도 핸드폰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돼지를 요리해 먹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찾을 순 없었을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아 여러 질문거리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책을 그림책 독서모임 회원님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함께 읽으며 현 시대의 문제점에 대해 깊이 토론해 보고 싶다. 마음속 여운이 깊이 남는 멋진 그림책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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