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
레이죠 히로코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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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르 떨어지는듯한 벚꽃에 따듯한 불빛이 은은한 멋진 집, 내가 좋아하는 반지수 작가님의 멋진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손을 잡은 채, 버찌관에서'라는 책 제목도 뭔가 서정적인듯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떤 느낌의 책일까? 궁금해서 바로 읽어보았다.

청소년소설을 쓰는 작가인 주인공은 어느날 먼 친척 할머니의 집을 잠시 맡아 묵게 된다. 벚꽃이 피진 않지만 멋스러운 버찌나무가 마당에 있고, 오래되어 수리를 좀 해야 하지만 아늑하고 멋진 서재가 있는 이 집에 주인공은 곧 마음을 빼앗긴다. 그렇게 좋은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던 찰나, 갑자기 10살짜리 어린 여자애가 이 집의 문을 두드린다. 자신을 할머니의 손녀라고 소개한 이 소녀는 종잡을 수 없는 말투와 어린아이같지 않은 조숙한 성격으로 주인공을 혼란에 빠트린다. 이 아이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이 아이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처음엔 어린소녀와 주인공의 우정? 혹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계속 읽다보니 갑자기 이야기가 급 반전되며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느낌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복잡한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별', '상실'과 같은 키워드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람은 깊은 상실감을 겪었을 때 현실을 부정하고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아픔은 무뎌져가고 마침내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 과정을 모두 겪으며 한 단계 성장한 주인공을 보며 슬픔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니 마음에 묵직하게 남아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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