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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 보내요 ㅣ 내 손을 잡아 줘요 1
김흥식 지음 / 씨드북(주) / 2022년 8월
평점 :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 표지에는 눈이 알록달록한 로봇이 그려져 있고, 주변에는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책 제목은 “무인도에서 보내요” 로봇과 무인도?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어떤 이야기일까? 약간의 궁금증을 느끼며 책을 펼쳤다.
주인공 로봇은 무인도에 갇혔다. 왜 갇혔는지, 언제부터 갇혀있었는지는 모른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먹을 것도 하나 없는 곳에서 하나뿐인 친구 껴안이와 함께 힘들게 버티고 있다. 힘들다 투덜댈 법도 한데 로봇은 혼자 놀기도 잘한다. 구름 모양 맞히기 놀이, 개미 관찰하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하며 낮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해가 지고 저녁이 다가온다. 깜깜한 밤이 되면 죽은 척을 해야 한다. 왜냐면 이 무인도에는 무서운 괴물이 살기 때문이다.
초록색 술병을 들고 지독한 악취를 내뿜는 괴물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어...? 뭐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책은 도깨비가 나오는 장면부터 급 반전을 맞기 시작한다. 페이지를 넘기자 회색 깡통 모습이었던 로봇은 점차 색깔이 바뀌며 어린아이가 되고, 무인도였던 장소는 어둡고 더러운 집으로 서서히 변한다.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로봇이 사실은 작은 아이였음을, 지독한 악취를 내뿜는 괴물이 아빠였음을, 무인도는 벗어날 수 없는 아이의 집이었음을... 이 책은 가정폭력에 대한 그림책이었다.
왜 처음부터 눈치채지 못했을까? 왜 무인도에 혼자 있는지, 알록달록한 눈을 가졌는지, 밤이 되면 죽은 척을 해야 하는지... 왜 난 몰랐을까? 마지막 장까지 다 본 뒤에 다시 첫 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진실을 알고 나자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저 그림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마음이 아팠다. 쓰렸다. 그리고 미안했다. 로봇, 아니 아이의 머리 위 혹을, 알록달록한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안아 주고 싶었다.
오늘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어른들의 무관심과 사회의 방치 속에 숨죽여 지내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것을 해야 할까? 책을 보고 나서 자꾸만 자문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이 남을 그림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