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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엉
오소리 지음 / 이야기꽃 / 2022년 4월
평점 :

곰쥐씨는 자꾸만 짜증이 난다. 누군가의 우는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누가 저렇게 구슬프게 우는 것일까... 다가가보니 어제의 곰쥐씨, 어린 시절의 곰쥐씨였다.
어제의 곰쥐씨에게 물었다. 왜 우는 거야? 친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화가나.
어린 시절의 곰쥐씨에게 물었다. 왜 우는거야? 괴물이 쫓아와서 너무 무서워.
어제의 곰쥐씨와 어린 시절의 곰쥐씨를 잘 달래준 뒤, 이제는 우는소리가 나지 않겠지... 안심하고 있었는데 다시 어딘가에서 또 우는소리가 난다. 이번엔 저 깊은 밑바닥에 있는 작고 어린 곰쥐가 울고 있다. 곰쥐씨는 왜 자꾸 우는 것일까? 뭐가 그렇게 슬픈 걸까?
엉엉엉 소리 내서 울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30살이 넘어가고서부터는 누군가의 앞에서 울어본 적도,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책 속의 곰쥐씨는 구슬프게 엉엉 운다. 가슴엔 구멍이 뚫리고, 눈물은 바다가 되어 흘러넘친다. 항상 눈물을 참는 것에 익숙했던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뭔지 모를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마치 곰쥐씨가 나 대신 울어주는 것 같은,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껏 울고 난 뒤 곰쥐씨는 제일 좋아하는 장소에 앉아, 시원한 주스를 마시며 비로소 편히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얘기한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제일 첫 면지에선 어두운 숲속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던 곰쥐가, 제일 뒷 면지에선 불이 켜진 집에 들어가 있다.
한껏 화를 내고, 울고, 소리 지르던 곰쥐는 모든것을 쏟아내버린 다음, 그제야 집에서 편히 휴식을 취한다.
나도 책 속의 곰쥐처럼 울고 싶다. 나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비로소 홀가분한 모습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 모든 억압과 스트레스를 던져버리고 온전한 나의 모습을 찾고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오랜만에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슬프지만 또 한편으로는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마음이 이상요상해지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