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 - 조선의 마지막 소리
김해숙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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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에서 나온 "덕혜옹주""난설헌"을 무척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다산책방에서 새로 나온 신작 "금파"도 망설임 없이 바로 집어들어 읽게 되었다.

 

책표지에 그려진 아름다운 여인의 이름은 "허금파"이다. 구한말, 일제시대에 서서히 사라져가던 판소리와 창극을 마지막까지 널리 알렸던 소리꾼으로 실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이름이 실린 실존인물이다. 첫번째 여자 소리꾼 (수지가 주연한 영화 '도리화가'의 실제인물) 진채선을 이어 두번째 여자 소리꾼으로 알려져 있다. 실존인물이긴 하지만 진채선에 비해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알려진 내용도 거의 없고 베일에 쌓여져 있던 인물을 김해숙 작가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해내었다.

 

이 소설은 허금파가 동리정사에 들어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온 금파는 진정한 스승과 참사랑을 만나며 점차 성장하고 변화한다. 금파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쭉 따라오며 소설을 읽어내려가다보면 책 안에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먼저 엄청난 노력과 소리에 대한 열정으로 진정한 소리꾼이 되어가는 한 인간의 일대기가 있고, 그 안에는 구구절절한 사랑이야기도 있다. 일제시대에 점차 변화하는 조선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보여지니 역사소설로도 보이고, 남자만 소리를 할 수 있던 시대에 유일한 여성 소리꾼으로서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니 여성서사소설로도 느껴진다. 이렇게 다양한 내용을 담다보면 자칫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이도저도 아닌 밍숭맹숭한 소설이 될법도 한데 '금파'는 이 많은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전혀 혼잡하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첩, 누군가의 뒤를 잇는 사람이 아닌 오직 ''라는 인간으로 남고 싶어하는 금파의 모습을 보며 당당한 한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사는 그녀가 너무 부러웠고, 소리에 대한 엄청난 열정으로 끊임없이 정진하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그녀를 보며 나에게도 저렇게 열성을 쏟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까, 하며 나 스스로를 한번 더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내가 잘 몰랐던 '판소리'에 대해서 새롭게 알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설인 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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