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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에리카 산체스 지음, 허진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1월
평점 :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그만큼 세대간의 격차도 빠르게 벌어지는 것 같다. 30대인 내가 10대의 언어를 해석하지 못하고, 60대의 부모님세대와 30대의 자녀세대간의 갈등이 날로 심해진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이렇게 세대간의 갈등이 심할진데, 이민자 가정에서의 세대간 갈등은 더 심할 것이다.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이 책은 미국에 사는 멕시코 이민자 가정의 삶을 다루고 있다. 가족을 살뜰히 살피고 늘 성실했던 언니 '올가'가 급작스러운 사고로 죽은 뒤, 둘째딸인 주인공 '훌리아'는 가족 내에서의 다양한 갈등을 겪는다. 안그래도 10대 청소년으로서의 여러 정체성 때문에 힘든데, 언니의 사고로 인해 슬픔에 젖은 부모님과 자주 싸우게 되고, 또한 숨겨졌던 죽은언니의 과거를 알게되며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책을 읽으며, 30대의 애매한 나이의 나는 10대인 주인공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또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다. 안그래도 우울하고 힘든 시기에 언니에게서 자신에게로 옮겨진 부모님의 기대와 억압 때문에 힘들 주인공도 안쓰러웠고,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힘들게 살아가며, 사랑하는 딸까지 잃은 부모님의 애통한 마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부모님과 자녀의 불화, 거기에 이민자 가족으로서 겪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까지,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갈등의 상황이 어지럽게 꼬여있다. 하지만 고통스럽고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는 주인공이, 하나 남은 딸을 위해서 희생하고 넓은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부모님이, 결국엔 서로를 포용하며 끝 없는 사랑을 나누는 이 가족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실제 멕시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는 본인이 겪었던 자전적인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본인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인지 책 내용이 무척 사실적이고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또한 깊이 와닿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최근에 디즈니에서 나온 '엔칸토'라는 영화를 보았다. 이민자 가정의 딸이 주인공이라는 점, 세대간이 겪는 갈등을 다룬다는 점 등이 무척이나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그 영화도 꼭 같이 보았으면 좋겠다. 비록 다른 나라, 다른 인종의 이야기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오랜만에 무척이나 감동적이면서 마음에 와닿는 책을 읽은 것 같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