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 - 문제는 정책이다
스테판 에셀 & 에드가 모랭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일어나 어디로 향할 것인가

문제는 정책이다

스테판 에셀+에드가 모랭, 장소미

푸른 숲

 

 

 

 

1

 

79쪽의 작고 얇은 책.

이 책은 정갈한 논리나 치밀한 수리, 통계수치들로 채워져 있어

읽는 이들에게

지식적인 쾌감을 선사하거나 인문학적 지평을 새로이 열어준다거나 하는

부류의 책은 아닙니다.

 

이 점은 직설적이며 화두와도 같은 책제목과 더불어

 뒷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94세 노옹 에셀의 선언과도 같은 제언들을 봐도 단숨에 알 수 있습니다.

 

 


 

 

 

왜 개혁하고 혁신해야 하는가

민주주의의 위기는 경제 위기로 인해 악화되었고,

이 이중의 위기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로도 다 설명이 안되는

극우파들의 득세를 가속화했다.

좌파는 그 자체로 위기인데다, 불만을 해소하는 활로가 되지 못했다.

과거에는 몹시 활기찼던 민중의 힘도 이제는 분산되고 와해되었으며,

만연한 무력감과 체념이 곧 분노와 폭발로 변해버릴 위기에 놓여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다른 사상, 다른 정치가

시급히 요구되는 까닭이다.

 

 

다른 사상, 다른 정치 등을 아우르는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의 시급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프랑스,유럽, 그리고 세계라는 제목으로 쓴 글의 초입부터 등장합니다.

 

 

'인류 전체는 핵무기 확산, 민족적 종교적 갈등 분출, 생태계 파괴,

통제불능인 세계경제의 양면적 흐름, 금권의 횡포,

태고적부터의 폭력과 산업경제적 이해관계 특유의 폭력의 결합이 야기한 치명적 위험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20세기에 전체주의의 폭력을 겪고 난 인류는 이제

금융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덤벼드는 동시에

갖가지 민족적,국가적,종교적 흑백논리와 광신이 위세를 떨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인류는 그 자체로 인간을 인간적인 삶으로 이끌지 못하는

대공황을 일으킬만한 온갖 위기들의 총체에 직면해 있다'

 

 

 

 

2

 

세계 인권선언의 기초를 놓았던 노투사가 일갈하는 바대로 이제 세계는

좌파와 우파, 자본가와 사회주의자, 부자와 가난뱅이로 나누어지는

경쟁과 분열의 체제를 버리고

지향과 지양의 목록을 작성하고 상호 공존협력할 시기에 다다랐습니다.

 

그 공존협력을 이끌어낼 방안은

단순히 어떤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폐쇄와 고립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세계적 연대와 국가적, 지역공동체적 연대를 도모하는 동시에

지역 고유의 미덕을 회복하는 일임을.

그러기 위해서 그 중심에 있는 정치와 정책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가져줄 것을

13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제언하고 있습니다.

 

 

 

 

 

그가운데 몇가지를 요약해봅니다.

 

 

웰리빙 정책

물질과 재화의 양,개인의 건강과 행복 등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웰빙 대신

자아실현, 사랑, 우정, 공동체의식이 바탕이 되는 웰리빙을 통해

삶의 질과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의 자아실현을 성취해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연대의 활성화

투쟁을 향한 연대가 아니라 공존과 공생을 위한 연대의 활성화,

박애센터 등을 세워

고립되어가는 개인들, 타인에 대한 우정과 관심을 도모해야 합니다.

콜롬비아의 메데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의 칸타갈루와 파방-파방지뉴에 조성된 빈민촌 파벨라,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지역들의 청소년 교향악단의 예를 통해 드러나듯

인간적인 정책, 배려의 정책을 실현해야 합니다.

 

재도덕화

부정부패는 관공서 및 국가, 정치인들을 잠식하고

금권만능의 지배와, 이기주의를 억제하는 일체의 규범악화로 인해

우리생활 전반에도 만연해 있다.

재도덕화는 이윤주의의 후퇴와 연대의 활성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우선 공무원들과 사회적 사명을 띤 모든 직업인

즉, 의사,교사,검사,정치인 등의 윤리성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

.

.

 

그리고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특권층과 극빈층의 격차를 감시하는 상임위원회의 설립을 제안하고,

정치인들에게는

'쇄신을 위해서는 해체를 기꺼이 감수하라'고까지 과감히 직언합니다.

무기력과 치명적 체념만을 주입하는 기존의 부패하고 패거리적인 정치말고

윌투리브will-to-live, 살고싶다는 의지와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정치의 필요성을 외칩니다.

 

 

 

 

 

 

 

3

 

생산과 노동의 민중들 대신,

기득의 자본과 권력을 이용해 유통과 시스템을 움켜쥠으로써

99%의 민중을 우민화하고 지배하려드는 1%에 대해

각 분야의 정치적 제안을 통한 공존공색의 협력을 제안하는 선언서.

 

'체념과 좌절과 무관심을 떨치고 분노하라'며 일깨웠던 전작

분노하라에 이어 마찬가지로

오랜 경륜과 지혜가 녹아들어 오히려 지극히 평범해보일 수도 있는 문장의 제안서이지만,

그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단어와 제안들이 보여주는 평범한 가치들의 회복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공존공생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임을

노옹의 형형한 눈빛과 목소리는 분명히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22쪽에 적혀있는 공자의 한구절을 인용합니다.

 

좋은 정부가 통치할 때는 가난이 수치이고,

나쁜 정부가 통치할 때는 부가 수치이다.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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