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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이미지 - 회화와 기보에 깃든 선율들
박찬이 지음 / 풍월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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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이미지>에 대한 단상
박찬이 저/ 풍월당 간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첫 두 문장처럼.

'17세기 작가 요한 베어의 소설 <음악 전쟁>에는 흥미로운 도판이 있다.... 사실 이 지도는 알레고리화된 가상의 음악세계다.... 기악의 땅... 착상의 호수... 무지의 호수... 신심의 강... 즉 요한 베어는 동시대인들의 음악에 대한 사고를 시각화해 가상의 지형도에 배치한 것이다.... 콘트라풍크티... 푸가의 숲, 카논의 숲....'으로 전개되는 문장. 작가 박찬이의 풍월한담 <이미지와 음악> 연재시리즈의 첫번째 글 첫째 쪽의 문장과 단어들은... 나에게,

<설국>의 전체를 인상지은, 눈의 고장 그 밤의 밑바닥보다 더 새하얬다.

이 불과 3쪽 반의 문장을 통해 바흐의 <푸가의 기법>으로부터 그가 풀어내고 그려내 보여주고 있는, 가상의 <음악 세계 지도>를 통한 <음악 세계> 이야기를 만난 첫 인상은 실로 강렬했다. 뭐지 이 쎄한, 아니 이 새하얀 느낌? 뭐지? 누구지? 이 덕후?

이후 풍월한담이 세상에 나오는 스무번의 시간들을
손꼽아 고대하던 이유의 맨 처음에는 <풍월한담>의 그 93쪽을 읽어내려갔던 시간의, 전율적 인상과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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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전율에 한가지 덧붙여야 할 것이 있다. 그가 직접 연출하고 촬영한 바흐 <푸가의 기법> 음반 소개 정물 사진(풍월한담 1권 96쪽)을 통한 나의 개인적 경험이다.

연재 시리즈 첫 글에 함께 담겨있었던, 책장을 넘기는 순간 감전된 듯 입을 다물 수 없었을 정도였던 이 강렬한 정물 이미지에는, 대위법으로 대표되는 기법과 체계를 통해 바흐가 드러내려고 했던 그 무엇이 다 녹아들어있는 듯 했다.

빛과 어둠의 조화. 꽃들이 뿜어내는 만화방창 색채들의 자유. 인공물들의 자연스런 공존. 그리고 이들 모두의 완벽한 질서. 그 고요(still life) 속에서 마침내 들려오던 바흐.... 그가 타고났다던 색청(colored hearing)의 반대 프로세스(이미지를 보니 음악이 떠오르는)를 경험케해 준 놀라운 한 장의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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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몇 해가 흐른 며칠 전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풍월당책 <음악과 이미지>는 실로 또 놀랍다. 풍월당이 그래왔듯, 책 안팎의 디자인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기품있다. 수록되어있는 도판과 이미지들 하나하나의 완성도 또한 놀랍다. 대충 일독일견해본 바로는~ 스무번의 <풍월한담> 연재글을 바탕으로 했으나 당시의 다소 산만했던 글들의 흐름과 체계를 1.악기의 음악(Musica Instrumentalis) 2.인간의 음악(Musica Humana) 3.우주의 음악lMusica Mundana)의 큰 분류를 통해 재배치 보강함으로써, 전체 내용의 단단한 뼈대를 세워냈다. 아울러 문장을 다듬고 보태고 새 글들까지 덧붙이는 노고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책의 두께에 걸맞는 내용의 수준 또한 이루어냈다.

한마디로 대단한 책이다. 풍월당도 그도, 함께 대단하다. 세상에는 어설픈 프로를 손쉽게 꺽어버리는 딜레탕뜨들이 많다지만, 박찬이는 '쥴리마녀'라는 그의 별칭답게 그 대열의 맨 앞 자리에 있다. 앞으로의 2쇄는 분명하고, 더 나아가 그가 혼자 몰입하고 있는 덕후의 세계를 나같은 무지렁이게 더 자주 은사해주시길 간청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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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뷰 -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우신영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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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넘나드는 욕망의 사다리들

신도시와 남동공단, 덕적도와 연변이라는 현재와 과거로 연결된 극 대비의 공간. 의사와 필라테스 원장, 연변과 조선족 출신 근로자와 가사도우미로 대별되는 자본 계급주의적 인물들이 이 소설의 두가지 축이다.

이들을 챕터별로 깔끔하고 구성한 작가는, 빠르고 쉽게 읽히는 문장과 예리한 글솜씨로 자본이 유혹하고 가져다주는 혹은 빼앗아가는 온갖 권력의 빛과 그림자를 탁월하게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 오르려는 또는 미끄러져 추락하는 사다리나 신기루 칸칸마다에 숨겨진 생존사멸의 디테일들 또한 잊지않고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마치 외과 명의가 집도하는 예리한 칼날처럼 그의 묘사와 문장은 적확하고 명징하다.

다른 수많은 읽을거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눈길을 주지못해온 국내문학상류의 소설들 가운데 하나임에도 부모님이 계신 구 송도 멀리 내다보이는, 신기루의 실현이라 할만한 송도신도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 솔깃했다.

바다를 매꾸기 시작해서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자본 욕망의 실체로서의 송도신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부모님 댁 거실 창 밖으로 멀리서 껍데기로 감상되거나, 맛집 찾아가는 정도의 선에서 표피적으로 감각되어질 뿐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하지만 이 소설이 보여준 예리하고 섬세한 신도시 서사로 인해 한발짝 더 내 삶으로 다가온 듯 감촉될 것이라 생각한다.

애초에 송도 신도시 이야기에 대해 가졌던 호기심과 기대를 충분히 충족하고 책장을 덮을 수 있게 된 데 대해 작가에게 마땅한 감사를 드리며 독자들에게도 일독을 강하게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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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번의 금요일 -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2014~2023년의 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 온다프레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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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번의금요일(이하 <금요일>)
#온다프레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_20142023년의기록
#표지그림_뭉크_Starry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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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_10년의어떤덩어리
죽어갔다는 것. 살아남았다는 것. 기억해낸다는 것. 잊혀져간다는 것. 진실을 기록해낸다는 것. 진실을 은폐해버린다는 것. 아픔을 함께나눈다는 것. 아픔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해버린다는 것.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세월호참사는 적어도 이 모든 것들 사이에서 때론 확신하며 또는 혼돈하며 느끼고 경험했던 아픔과 슬픔, 그리고 분노의 어떤 덩어리였다.

#01_표지와색깔
받아든 온다의 세월호책은 10년을 묵은 슬픔답지 않게 10년을 닳고닳은 눈물처럼 참 곱다. 못 밝혀낸 진실 너머로 희미해져간 우리의 슬픔처럼, 뭉크가 그린 별밤 표지그림의 깊은 <푸름>은 자꾸만 뭉개져가고 흐릿해져가는 우리의 기억같다. 아직도 기억되는 세월호 리본의 <노랑>은 <520번의 금요일>이란 제목에 입혀져 먼 슬픔들을... 조금은 곱게(이런 표현이 적절할 진 모르겠지만) 기억하게 해준다.

#02_목차와이야기들
예전에 읽었던 <세월호,그날의 기록>을 간간히 들쳐보며 <금요일>을 읽었다. <금요일>은 참사 작가기록단이 기록하고 꾸몄는데, 그 섬/인양/조직/갈등/국가/기억/각성/차이/가족/몸짓/편견/합창으로 목차들을 구성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10년 동안의 이야기들을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 국가와 정부, 시민단체, 국민 간에 있었던 온갖 이야기들을 통해 속속들이 잘 풀어놓고 있다.

#03_육성들
세월호 사고가 난 지 520주, 1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책의 주인은 숨어버린 참사의 진실일 리는 없다. 주인은 그 10년의 기록을 있게해 준 희생자와 생존자 부모들,시민 활동가와 연대자들이다. 사고 이후 인양 작업이 한창이던 때 이를 감시하기 위해 동거차도에 감시초소를 운영하던 때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의 사실적 전개와 함께 10년을 드문드문 따라가며~ 그간을 함께 했었고 해오고 있는 이들의 육성을 자세히 기록해놓고 있다. 이 육성들을 들여다보면, 상실 이후의 사람들이 겪었을 슬픔과 분노와 갈등과 연대들에 무릎을 맞대듯 그러나 이제는 덤덤하게 동감하게 된다.

#04_필독을권함
그 자세한 이야기나 문장들은 적지않기로 한다. 먼저, 각각의 육성들이 드러내고 있는 슬픔 기쁨 추억 분노 체념 사랑같은 것은 한 타자의 차원에서 묶어 표현할 길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아울러 가끔 팽목을 찾아 추모했거나 유족들의 아픔의 길에 동참했던 모든 이들이, 직접 이 책 속의 아픔과 슬픔들을 다시 한번 만나보시길 바라는 마음때문이기도 하다. 일독을 통해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했던 우리 각자의 속과 겉이 더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또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일어나더라도 다시는 진실이 묻혀버리지 않게할 수 있는 힘이 우리들 가운데 조금 더 자랄 수 있게 되길...

#마지막
온다 프레스와 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참 책 잘 꾸미고 만드셨다. 마음으로 감사드린다. 다시 기억하게 해주셔서.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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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슬픔에공감할줄아는아는사람만이이웃이다
#기억해야이긴다
#처벌해야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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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알베르트 슈바이처 지음, 강해근.나진규.장견실 옮김 / 풍월당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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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드디어 이 세계적 명저가 풍월당의 수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출간되는군요. 슈바이처가 필생을 바쳐 쓴 공인 명저!!! 정말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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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 -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
엘리자베스 윌슨 지음, 장호연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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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평] 돌베개의 전작 <죽은 자들...>이 쇼스타코비치의 7번 레닌그라드와 관련한 다큐적인 기술의 집대성이었다면, 이번 <쇼스타코비치...>는 그의 유명작 <운명>에 이어 다시 한번 그를 독자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게다가 코파친스카야의 쇼스타코비치라니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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