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 독서 한 적이 거의 없네...
그렇다면 ‘어떤 기분으로‘ 또는 ‘어떤 자세로 이 책을 읽고 있을까.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에 따르면 경우에 따라 당신은 지금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다.독서(競書)연구나 조사 때문이거나 흥미 본위가 아니라 교양을 위해 책을읽는 일. 드러누워 읽거나 잡지 주간지를 읽는 일은 본래의 독서에 포함되지않는다.-『신메이카이 국어사전」 제2판 흥미 본위로 이 책을 들고 있거나 소파나 침대에 나뒹굴며 읽고 있는 사람은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으로부터 "그건 본래의 독서가 아니다" 라는 일갈을 듣고 마는 것이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어릴 때 몇 권 읽어본 게 다 이지만, 커서 나름 많은 추리소설들을 읽었다고 생각했기에 원조라는 고전 추리는 껌일 줄 알았다.그런데 보기 좋게 번번이 틀림...심지어 내가 한참 아 이거 이래서 그 사람 아냐? 생각하고 그래도 서술자보다는 빨리 진도 나갔네 하고 의기양양할 때마다 서술자가 똑같은 추리를 이야기하고, 포와로가 비웃는 패턴이 반복되어 상처ㅠㅠ생각보다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히고 문체도 백 년 전이라고는 하지만 50-60년 전 핸드폰만 없는 시대의 느낌이라 전혀 올드하지 않았다.
정원사가 프랑스 식 창을 통해서 들어왔다가 나갔다고 했을때는 문으로 돌아오기 귀찮아서 그러나 했는데, 이 사람들도 창으로 나간다.프랑스 식 창이 뭐지... 구글링 해보니 그냥 내가 아는 창문인데.
그는 자신의 작은 상자를 집어 들었다. 우리는 거실의 열린 프랑스 식 창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신시아 머독이 들어오고 있었다. 푸아로는 그녀가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섰다."실례합니다. 마드무아젤, 잠깐만요."
* 추천할 만한 소설입니다. 본문이 전혀 안그래보여서 앞머리에 추가...기분이 몹시 드러워지는 소설. 연애소설인 척 해놓고 본격 시대극인데, 흔히 안 나오던 시대라서 처음 1/3까지는 읽기가 엄청 어려웠다. 주석도 무지막지하게 길다.메이지유신 직전의 막부 끝의끝의끝 시기라 아무래도 조선 생각이 계속 나서 일단 좋은 감정은 안 든다. 주인공 진영(?)이 양이지사에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존경하는 인물에 대한 대화로 요시다 쇼인, 가츠라 코코로 같은 이름들이 나오기도 하고...민족적인 악감정을 배제하고서라도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가 어려운 게, 그래서 존왕은 뭐고 양이는 왜 하려는건데 싶다가, 농민 봉기 부분은 아니 세금을 6할이나 걷는 미친 사또(번주) 부터 족쳐야지 왜 둘이 편먹고 중앙으로 대뜸 올라가는건데 했다. 문화 차이인가?이 와중에 제일 갑갑한 건 역시 서술자. 아니 이럴거면 왜 결혼했어... 심지어 알고 감. 뭐 이부분은 딱히 옛날 결혼 문화가 일본만 그런 건 아니었으니 그나마 그러려니 한다.읽으면서 중심 인물들의 심리가 다 이해가 안되는 와중에 시대 배경도 워낙 낯설었어서, 편집자 주에 씌여있던 것처럼 두 번 째 읽을 때 훨씬 좋을 소설일 것 같긴하다. 놓친 부분들을 다시 읽으면서 발견하고 싶기도 하고. 근데 과연 한 번 더 읽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배경이 워낙 스펙터클해서 책장은 한 자리에서 후루루룩 넘어가긴 하는데 넘어가는 책장 속도에 비례해서 기가 빨리는 기분이라...+) 그간 일본 컨텐츠에서 가끔 접했던 와카는 한국어 번안판이기 때문에 운율의 묘미를 느낄 수 없어서, 두 줄 짜리 시구가 어느 점이 운치있는걸까 궁금했다. 그런데 이 소설 중간중간 삽입된 와카를 보면서 비로소 와카가 주는 감성을 조금 전달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