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페이지 조금 넘는 얇은 분량이긴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한숨에 끝까지 읽었다. 중간에 멈추면 호흡이 끊겨 다시 펼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섬세하고 몽환적이며 강박적인 심리 상태가 200페이지 내내 숨막히게 이어진다. 사실 극의 배경은 여름이었던 적이 없는데 (라는 것을 결말 부분의 서술을 통해서야 알았다) 어째서인지 읽는 내내 뜨겁고 습한 여름 햇볕 밑에서 눅눅한 표정의 인물들이 돌아다니는 환상이 그려졌다.+) 덧붙이자면, 묘하게 질투심을 불러 일으키는 글이다. 마치 석사 때 리서치했던 해외컨퍼런스나 SCI 게재 페이퍼 중 일부 논문을 읽을 때 느꼈던 질투와 비슷한 감정이랄까...그 때처럼 아마 나는 내 것과 대상의 특이점을 끝내 깨닫지 못하겠지.
분명히 흡인력 있는 소설이지만, 계속 읽어나가기가 힘들어 1/3 정도 읽고 한참을 덮어뒀었다. 막연하게만 예상했던 부분을 생생하게 접하게 되니 마치 내 일처럼 느껴져 감당하기가 버거웠기때문이다. 4월 16일이 다시 다가오는 지금에야 간신히 용기가 나서 책을 다시 폈다. 여전히 참혹한 르포지만, 왜인지 끝까지 읽어내어야한다는 의무감이 들었었나싶다.사실 결말과 에필로그를 읽기 전까지는 ‘소설‘이라는 인지와 비인지 사이를 계속 맴돌았던 것 같다. 밝은 분위기로 급전환된 결말이 다소 어색해서 아쉬움이 남았으나 덕분에 ˝거짓말이다˝에서 빠져나올 수가 있었다.왠만하면 책 추천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소설만큼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고 회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책 제목은 대체 ‘마음‘이라고 누가 지었을까.중반 이전까지는 흥미로울 뿐 관망에 그쳤으나, 중반 이후부터 대단원까지는 읽기 괴로우면서도 구절구절을 느끼게되고 책장을 덮고 싶은데 계속 읽게 되더라.책 속 인물을 계속 부정하게되면서도 실은 마음깊이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책장을 넘기는 게 두려웠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