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명랑물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매우 본격적이고 현실적이다.완독 후에야 2008년 출간작인걸 알고 깜짝 놀랐는데, 10년 후인 지금 시점에서 보기에 기술 디테일들이 굉장히굉장히 근미래적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이 폴더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게 디스토피아적 설정인 줄 알았더니 그런 게 아니었나보더라.기술 외 다른 축인 사회 상황 묘사에 있어서도 하이퍼리얼리즘이다. 16년 필리버스터 때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급 주목을 받았다고하는데 매우 입소문 타기 적절하고 알맞는 소설이었을 것 같다. 얼마 전엔 일본에서 공모죄 시행이 통과되었다던데 이제 일본 사람들에게 권할 때이지 않을까.부자연스럽고 과장된 드라마나 전개를 짜맞추기위해서만 잠깐 사용하고 버린 소모적 도구 없이 전체적으로 잘 구성된 이야기이고 속도와 흡인력도 놓치지 않았다. 다만 기술적인 이야기가 굉장히 상세하게 서술되어서 이거 원래 관심없던 시람이 읽기엔 조금 지겹지 않으려나 하는 우려가 든다.
달 도시와 각종 설비, 도구, 생활 용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정교하게 서술되어있다. 정말로 실재하는 것들을 눈앞에 두고 그려내는 듯하다. 가끔 사건 전개보다 사물 묘사가 더 우선인 것 같은 인상이 들기도 하지만 아르테미스의 생활상을 이만큼 설계했는데 상세히 설명하고싶은 마음은 백분 이해가 간다. 동시에 속도감과 유머도 이만하면 충분히 확보했으니, 매우 성공적인 차기작이라 본다.
아름답다.책 내용만큼이나 후기는 간결함을 넘을 필요가 없다.정말 특별할 것 없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하게 기록되어있다. 몇몇 장면만 조금 자세할 뿐 철저히 외부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방관적 관찰자의 시각이다. 그리고 이는 주인공이 스스로를 의식하는 것에 있어서도 동일하다는 점에서, 어떻게보면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아무 매력도 없는 인물과 에피소드들을 군더더기없이 꾸며진 묘사들로 섬세하게 그려내어서, 마치 내 생활에 실재하는 사람을 보고있는 듯 하다.전자책을 즐기게되면서 형태를 가진 책을 소유하는 것에 전혀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는데, 이 책은 처음으로 전자파일로 먼저 읽었음에도 종이책을 책장에 꽂아놓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유독 짧은 이야기만 모아놓았다. 미야베미유키의 소설을 읽어오면서 단편이라도 기승전결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결에 만족하든 못하든), 이 책에 실린 몇몇은 호흡이 영 아쉬운 게 몇 편 눈에 띈다. 그런 작품은 특히 속도감이 있어 몰입되던 이야기라 더욱 숨이 뚝 끊긴 것 같다.
굉장히 잘 읽히는 글이나 소재상 여러 편을 한번에 읽기가 힘들다.......한동안 덮어두었다가 이제 좀 괜찮을 것 같아 다시 집었는데 역시 쭉쭉 읽어내리기엔 마음이................. 으아아아아언제쯤 완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