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쓴 본문만 밑줄 그으려 했는데 남기지 않을 수 없는 멋진 표현이었다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한 점씩 표정이 다릅니다._어느 그릇 브랜드의 "구입 전 주의사항" 중에서
완독 후에 추천사를 다시 읽을 때면 저릿하다. 추천사를 쓴 이와 나에게는 그새 하나의 공통점이 생겼다. 같은 책을 함께읽은 사이. 낯선 가게의 메뉴판만 읽다가 용기를 내어 들어가 맛본 한 그릇의 맛이 이럴까. 맛있게 한 그릇 뚝딱한 후에 다시 읽어보는 메뉴 이름이 전과 달리 내 것처럼 느껴질 때랑 비슷할까. 하나의 이야기를 끝마친 이 밤에 책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두운 밤 불 켜진 집을 발견한 듯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녹아있지만 결국 한가지로 통하는 건 이 지점인 것 같다
아버지의 평생을 지배했지만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던 건 고작 사년뿐이었다. 고작 사년이 아버지의 평생을 옭죈 건 아버지의 신념이 대단해서라기보다 남한이 사회주의를 금기하고 한번 사회주의자였던 시람은 다시는 세상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막았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아버지는 고작 사년의 세월에 박제된 채 살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