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동 작가의 ˝기억나지않음, 형사˝는 흥미롭긴 했지만 클라이맥스로 오르려는 시점부터 무리한 전개가 점수를 깎아먹어서 그냥 그랬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이 단편연작집도 첫 에피소드의 전개를 한참 읽을 때에는 같은 느낌이라, 이 작가는 나랑 안맞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에피소드 엔딩 두어장정도에서 앞부분에 필요했던 설득력이 한꺼번에 제시되길래 계속 읽어보기로 했다.
각 에피소드를 지나갈때마다 시간은 점점 거슬러올라가고 장면의 속도는 더더욱 빨라져서 예전에 즐겨봤던 홍콩 영화를 추억할 수 있었고, 매 이야기는 종장의 종장까지 가서야 설득력을 주입받고는 꽉꽉 닫혀서 형사들이 그 시기의 홍콩 거리에 서있는 것을 지켜보고있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마지막 한장은 앞 에피소드 5개의 임팩트를 다 합한 것보다 더 놀라워서 ˝기억나지않음, 형사˝를 읽으면서 이 작가 반전이 너무 뻔하네 라고 깠던 걸 급 반성했다.
사회파 미스테리의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의 많은 수는 미스테리 위에 사회 묘사가 너무 큰 볼륨으로 덮여있어 추리 소설로서의 정체성을 들춰보기가 힘들었는데 이 소설은 두 가지를 잘 모아 그러쥐고있다. 각 이야기의 페이지수가 길지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느낌이고, 중요할 때 늘어지는 느낌도 없다. 다만 한 인물만이 반복 요소인 에피소드 구성에 대해선 굳이 연도를 따라 이 사람을 관찰하고있을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었었는데 그 끈도 마지막 이야기의 종장에서 매듭지어져 다시 책의 맨 앞페이지로 돌아간다.
마지막 에피소드가 전개될수록 아 여기가 시발점이었구나 하고 섣불리 판단 내리다가, 이야기의 마지막 문단을 읽고 헐헐헐하며 첫이야기를 펼쳐 다시 읽었다. 마치 무한 루프에 갇힌 느낌인데 아무래도 한동안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다.
갑자기 홍콩 여행이 가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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