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생겼어요! 그림책은 내 친구 25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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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할머니가 엄마에게 물려준 식탁보 위에 아이가 실수로 다리미 자국을 남기면서 시작됩니다.

할머니가 물려준 식탁보가 엄마에게 소중한 물건이라는 것을 아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사태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다리미 모양 위에 그려진 그림을 통해 아이가 어떤 걱정을 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마치 잘못했을 때 머릿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화자인 아동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화자의 사고 흐름을 독자가 함께 공유하며 감정이입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그림책의 독특한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이 다리미 자국을 발견하면 뭐라고 할까요?

집으로 돌아온 엄마, 이 다리미 자국을 발견하고는 다리미와 바늘, 실을 듭니다.

그리고 다리미로 또 하나의 자국을 내고, 그 위에 실로 자수를 놓아 예쁜 물고기 모양을 만듭니다.

이제 이 식탁보는 할머니와 엄마의 것이 아니라 할머니와 엄마와 아이의 것입니다.

3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식탁보가 탄생한 것입니다.

 

아이의 실수를 감싸는 것을 넘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엄마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엄마의 배려 깊은 사랑이 돋보이는,

몇 번을 보아도 따뜻한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에는 과거로부터 전승되는 물건이나 장소 등이 종종 주제로 등장합니다. 

이 그림책 역시 할머니에게서부터 물려받은 식탁보가 주요 소재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실수로 망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로 탄생시켰습니다. 

옛 것을 소중히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더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동의 실수와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전통의 흔적이 자꾸만 사라져 가는 우리 사회, 

즉 오래되면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치 있는 통찰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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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반달 그림책
오세나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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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숨은 뜻이 있는 그림책으로 보입니다.

물론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저는 이 그림책 속에서 어떠한 메시지를 발견하고 나니 매우 참신하게 느껴지며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그림책을 읽은 후에는 '뭐지?'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스토리라인도 알 수 없고 메시지도 알 수 없고 이해되는 부분이 단 한 가지도 없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그림책 중에 저를 가장 당혹스럽게 한 그림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우 이상하고 엉망진창인 그림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을 읽으며 발견한 것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상호작용 양식 중 부정적인 측면이었습니다. 

이 그림책의 등장인물은 연필과 지우개만이 아닙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독자까지 포함됩니다.

그림책에는 글씨를 쓰고 지우며 언쟁하는 듯 보이는 장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되어 등장합니다.

싸우는 주체는 연필과 지우개로 보이고, 중반부터는 지우개가 두 동강 나면서 등장인물의 수가 한 명 더 늘어나게 됩니다.

글씨를 쓰고 여러 번 지우다보면 지우개가 반토막 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러한 경험이 떠올라 순간적으로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무엇 때문에 시작된 언쟁인지 독자는 알지 못한 채 연필과 지우개들이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결국 종이가 찢어지게 되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면 찢어진 종이의 뒷면이 등장하고 연필이 찢어진 구멍 사이로 빠져나와 다시 무언가를 쓰기 시작합니다. 싸움은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는 암시를 주며 그림책은 마무리됩니다.

 

독자는 이 언쟁을 바라보면서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까요?

제3자인 독자 눈에는 각자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는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의 관계라고 볼 수 있을까요?

공유되는 기준 없이 이루어지는 대화 속에 맥락이나 메시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는 가치관이 공유된 사회라면 언쟁은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져다 준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극단적인 상대주의로 인한 혼란스러움도 찾아왔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부분을 수용한다는 의미일텐데,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시대가 되어버리지는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다양성 존중이라는 명분 하에 자신의 권리만을 내세운다면 그림책에서 보여지는 모습으로 결국 치닫게 되지 않을까요?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고 외치는 시대에서의 소통 양식은 결국 이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모습으로 흘러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제3자로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독자의 갑갑한 마음은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소통의 장 앞에서 겪게 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은 아닐까요?

만약 제3자가 진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면 어떠한 기분이 들까요?

 

짧고 심플한 그림책, 심지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던 그림책 속에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가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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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해결사 펭귄 선생님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5
강경수 지음 / 시공주니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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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체도 귀엽고 해답은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메시지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처음에 이 그림책이 상담사라는 직업과 심리상담 과열 열풍에 대한 풍자를 목적으로 한 것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이라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웃음 뒤에 어떠한 불편한 마음이 뒤따라 왔습니다.

6시면 칼퇴하는 상담사 선생님의 모습도 그렇고, 진심으로 '들어준다'는 것은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아닐텐데 귀마개를 착용하고 있다가 퇴근 시간이 되자 빼는 상담사 선생님의 모습이 상담사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듯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민해결사'라는 제목이 반어법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해답은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보니 마치 심리상담을 지양하자는 목소리를 담은 듯 읽혔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에 대한 소개에서는 '자기 자신 안에 해답이 있다는 것'과 '경청'에 대한 내용이 보이길래 풍자가 아니었나 싶어서 오히려 놀랐습니다.

풍자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면 메시지를 담아 내는 부분이 좀 아쉽네요.

 

만약 작가가 풍자를 목적으로 만든 그림책이라 해도 아쉽습니다.

이 그림책의 내용이 어떠한 상담사에 대한 편견을 형성하지는 않을까,

상담사 분들이 이 그림책을 보시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힘은 크기 때문에 짧은 그림책의 내용이라 할지라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림체, 구성, 메시지 모두 좋은데

위트 있어 보이지만 염려되는 마지막 반전이 아쉬운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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