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 1400년 중동의 역사와 문화가 단숨에 이해되는
존 톨란 지음, 박효은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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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저자
존 톨란
출판
미래의창
발매
2024.01.30.


※ 본 서평은 역개루 카페의 서평 이벤트에 따라 쓰여진 것임을 밝힙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교세를 가진 종교 중 하나인 이슬람에 대해서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가장 생소한 종교 중 하나였으나 여러 호사가들의 지적처럼 이슬람교는 이전 왕조 시대부터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종교이며, 오늘날에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쉬이 접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이슬람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널을 뛰듯이, 그리고 매우 피상적으로 얕은 방식으로 오갔다는 것이 필자의 느낌이다. 과거에는 그저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 정도의 성질 급한 종교, 혹은 산유국에서 믿는 종교 정도로 여겼고 21세기 벽두 9.11 테러로 촉발된 테러와의 전쟁 이후에 불어닥친 수정주의는 이슬람을 과도하게 미화하였다. (하마스나 탈레반을 독립군 운운하는 무지몽매한 인간들도 이 시기에 많았다. 필자는 이것이 21세기 초반의 유물로 여겼으나 근래에도 있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근래에는 이슬람에 대한 과도한 혐오와 조롱이 다시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폭도들의 피상적이고 무지몽매한 인식과 별개로 이슬람은 달나라의 옥토끼들도 아니고 아쿠아맨이 심해궁정에서 다스리는 권속들도 아니다. 이슬람은 십억이 넘는 신자를 둔 거대 종교이고, 많은 이슬람 국가들은 한국의 주요 무역 거래국이며 사우디를 비롯하여 냉전 시기부터 우방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한 국가들도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무슬림들은 우리의 이웃으로 자리잡았고, 과거에는 책에서나 볼 수 있던 이슬람 문화권의 음식들도 오늘날에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필자도 터키, 모로코, 아랍에미리트,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음식을 즐기곤 한다. 입에 걸레를 물고 죽창을 휘둘러대다가 피로 익사하고 싶은 것이라면 모르되 (필자에겐 그런 더러운 취미는 없다) 인간답게 살려면 이미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 이들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이해의 대상은 비단 무슬림 뿐만이 아님을 상기해둔다. 조선족, 중국인, 난민을 비롯한 민족문제에 이어서 젠더 이슈에 이르기까지 대화하고 이해해야 할 대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존 톨란의 '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는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저자가 박사학위를 소지한 전문가란 점에서 신뢰가 가며, 교육자의 경력도 풍부한 인물이다. 존 톨란의 책은 기본적으로 이슬람에 대해서 우호적인 시선을 깔고 가고 있으나, 필자가 앞에 언급한 하마스맘들과 같은 눈먼 옹호와는 결을 달리하며, 오늘날 비판받는 이슬람의 억압적 요소들이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진보적인 것이었음을 지적하는, 합리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상세하고 다양한 문헌 연구는 이 합리적인 전개에 깊이를 더해준다.

책은 전반적으로 무함마드의 이슬람교 창시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전반적인 이슬람의 역사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며 원한다면 자신이 알고 싶은 특정한 부분을 집중해서 읽어도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물론 이 책이 개론서에 가까운 만큼 심도있는 탐구는 학술서나 논문으로 진행해야겠지만 말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중세 이슬람의 확장이 돈좌되면서 기독교 왕국들의 반격에 직면한 시기였는데, 시칠리아의 재점령 이후 무슬림 사회가 기독교 왕조의 지배 밑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 이슬람 지식인들이 확장의 좌초를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한 사료 소개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이슬람사를 중심으로 이슬람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을 깔고 가고 있는데 이를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저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대충 다루거나 피상적으로 다룬 부분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령 십자군 전쟁과 20세기 이후의 이슬람사가 그렇다. 이 부분은 더 심도있는 연구자료들로 반드시 보완해서 읽을 것을 권한다) 그럼에도 저자의 노력으로 인한 사료 소개가 이러한 약점을 어느 정도 상쇄하며 특히 동남아시아 이슬람사를 비롯해서 다소 생소한 부분 및 국내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은 1920년대 와하비즘의 창시와 전파까지도 다룬 것은 큰 장점이다.

결론적으로 장단점이 뚜렷한 책이나 종합적으로 상당히 잘 쓴 책이라고 말하고 싶으며,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앞으로 이 책을 일부 인용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슬람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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