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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디자인 2 ㅣ Design Culture Book
조창원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1월
평점 :
스스로가 찾아가는 위로
위로의 디자인2
저자 조창원
출판사 지콜론북
사람은 살아가면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다.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날 역시, 평소의 나였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사소한 일들이 유리조각의 파편처럼 내 안을 헤집어 놓은 날이었다. 맛있는 식사, 웃긴 동영상, 좋아하는 영화로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때, 내 방 책장 앞에서 꽂혀있는 책의 제목을 훑어보다 시선이 머물렀다. ‘위로의 디자인 2’를 집어 든 이유는 책 속에서 작은 위로라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표지의 고요한 강가와 정적인 하늘과 같이 내 마음 역시 서서히 가라앉기를 바라면서. ‘위로의 디자인 2’는 지난해부터 발매되고 있는 지콜론 북 위로의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남들이 쉽게 지나칠 만한 사물이나 행동에서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해준다.
‘위로의 디자인 2’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점은 각 목차 별 페이지이다. 책을 처음 펼치면 본문보다 작은 사이즈의 녹색 페이지가 눈길을 끈다. 책의 챕터와 챕터 소개 그리고 뒷면의 각 작품에 대해 저자가 직접 붙인 서사적인 한 구의 소개말이자 제목이 있다. 서사적인 작업의 이름을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소개할 작품에 대한 궁금함이 인다. 이 책은 다양한 예술가들의 사물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녹아들어 간 작품을 소개하지만 여타 다른 책들처럼 작품만 덩그러니 존재하지 않는다. 부드러운 어조로 이야기하는 작가의 에세이 속에 소개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작업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제품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디자이너 마르타 마르타 산탐브로지오의 ‘퍼지 프로젝트’ (p.197~202)이다. 누구나 한 번쯤 길거리 소음에 눈을 찌푸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불편함을 느끼지만 개선의 의지는 없었다. 그러나 마르타 산탐브로지오 디자이너는 공상과 같은 상상을 현실에 재현해 냈다. 전기 차에 필수로 달아야 하는 경보음 대신, 차에 크기에 따라 각각의 오케스트라 악기의 소리가 나는 장치를 달았다. 그날 도로 사정과 차의 종류의 따라 각기 다른 악기의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나면서 매번 새로운 연주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 이름도 ‘퍼지(fuzzy) 프로젝트’이다.
이 작업이 인상 깊었던 이유가 단지 작가의 상상력 때문은 아니다. 작업을 보면서 문뜩 나는 2년 전, 팀 프로젝트로 수사적 공간에 대해 디자인 작업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제는 ‘우리 주변 일상 속에서 자주 지나치지만 한 공간을 선택하고 그곳을 의미 있는 공간으로 다시 디자인하기’였다. 공간을 가지고 디자인하기 위해선 공간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간을 선정할 때부터, 이곳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공간인지, 공간의 물리적 특성은 무엇인지, 공간을 어떤 방법으로 디자인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작가가 도심 속에서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를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사람마다 위로를 받고 싶은 순간은 다를 것이다. 제 삶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먹구름 낀 마냥 우중충할 수도 있고,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삶에 무료함을 느낄 수도 있고, 타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자괴감이 드는 날일 수도 있다. 나는 내 생활에 대해 무기력을 느낄 때 이 책을 읽었다. ‘위로의 디자인 2’는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괜찮아, 잘 될 거야’ 같은 말하는 이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별 의미 없는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난 책을 읽자, 그저 예전에 작업한 팀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팀원들과 수십 번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고 직접 가게를 돌아다니며 재료를 사고, 밤을 새우며 디자인을 했다.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팀원들과 노력했던 일, 성취감을 느꼈던 일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작업에 대한 의지가 생겼다. 작업에 대한 의지가 생기자, 무력감이 조금이나마 떨쳐지는 기분였다. 위로는 스스로 찾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스스로의 삶의 잊힌 기억 속에서 찾았다.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내가 받은 위로에 공감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무렴 어때. 이 기억은 내 스스로 찾아낸 위로인걸. 다른 이들은 또 다른 시각에서 이 책을 바라보고 위로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위로의 시리즈 중 전작인 ‘위로의 디자인1’과 같이 읽기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