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포 더 무비 - 고단한 어른아이를 위한 영화 같은 위로
신지혜 지음 / 시드페이퍼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CBS FM ‘신지혜의 영화음악’은 나에게 ‘신영음’으로 익숙하다.

영화를 즐겨보는 내게 심심찮게 시사회 당첨권을 선물하고 있기에,


신지혜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이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은 근무시간대라 거의 듣지는 못한다.

그래서 더욱 빚지고 있는 느낌이다.


신지혜 아나운서와 함께하는 구로CGV 시네마토크에 몇 번 참석해서 저자를 만나 보았다.

최근에 참석한 기억나는 영화는 ‘일루셔니스트’  ‘자전거 탄 소년’  ‘네버 렛 미고’ 등이다.


영화 자체도 따뜻한 영화들이었지만, 작품을 해설하는 신지혜 아나운서는

영화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인간적으로 참 따뜻하고 조용하다는 인상을 받곤 했다.


기존의 영화 평론가들과는 다른(여성적인, 음악적인) 감수성 풍부한 이야기들은 낯선

영화 속 풍경들을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그녀가 책을 냈다.

‘고단한 어른아이를 위한 영화 같은 위로‘의 부제가 붙은 “땡큐 포 더 무비”


영화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지기를 늘 꿈꾸는,

CBS 아나운서보다는 ‘신영음지기’로 불릴 때 더 행복하다는 그녀가 안내하는

마흔 아홉 꼭지의 영화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이별, 고독, 기억, 인정, 치유, 용서, 사랑.‘ 이라는 일곱 가지 주제로 마흔 아홉 개의

영화를 각각 나누어 풀어주고 있다.

사랑이 아니라 이별이 맨 앞에 오는 것이 눈길을 끈다.

내가 봤던 영화들 이야기가 훨씬 더 공감이 간다.


이별,

어떤 이별이 멋질까 싶기도 하지만, ‘어느 멋진 이별’도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이윤기 감독, 2011


현빈과 임수정이 헤어지는 연인으로 나온다.

이삿짐을 싸는 단 하루를 보여주는데, 지루한 듯하지만, 헤어지는 두 남,녀의 심리가

숨소리도 들릴 듯 섬세하게 묘사된다.


‘이별을 앞두고 있는 이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저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을 뿐. 남자는 그런 여자의 결정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왜냐고 화를 내지도 않고

그럴 수 없다고 울부짖지도 않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노려보지도 않는다.

그저 여자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였고, 떠나는 여자와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을 위해

레스토랑 예약까지 해 놓았다. 남자는 그런 사람이다.’   -22페이지-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2001


은수(이영애)와 상우(유지태)의 벚꽃 날리는 봄날 헤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둘 사이가 서먹해진 후 만나서 헤어지는 버스를 타고 가던 은수가 안 되겠다는 듯

다시 내려서 상우에게 다가와 작심한 듯 못을 박는다.


“우리 헤어져.”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렇다. 사랑은 변한다. 단지, 상우가 몰랐을 뿐이다. 모르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것처럼 사랑 또한 그러하다.’

그렇지만,

사랑이 끝났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자.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사랑은 다시 찾아오는 법이다.  -32페이지-


이 세상에 진정 쿨한 이별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슬픔을 삭이며 자신을 타이르고 위로한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고독,

짜릿한 간극, 그 짧은 거리에서


마법이 사라질 때 - 일루셔니스트

화분에 심은 그 남자의 마음 - 레옹

고독에서 걸어 나올 수 있는 방법 - 세상의 모든 계절


기억,

당신의 과거는 안녕하십니까?


사랑은 기억을 공유한다.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기억하는 것 - 이터널 선샤인

뒷모습 -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인정,

벗어두기


거울, 깨뜨리기 - 블랙 스완

누구에게나 취향은 있다. - 타인의 취향

아직도 꿈꾸고 있나요, 당신? - 댄싱 퀸


치유,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아물기까지 - 아들의 방

힘이 들 땐 더 크게 웃어 - 인생은 아름다워

빈 자리에 스미는 사랑 - 아이 엠 러브


용서,

어쩌면, 방 한 칸


진정한 용서를 생각하다. - 인 어 베러 월드

꼭,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아 - 오늘

세상을 변화시키는 용서 - 자전거 탄 소년



사랑,

다시 돌아온 이 자리.


‘사랑은 모든 것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우린 이성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나약한 존재들인가, 조금만 힘들고 어려워도

금세 못 참겠다고 몸부림치지 않는가.

하지만 사랑이란 눈앞에 있는 것이 그 어떤 것이 되었든

함께 바라보고 직면하며 함께 헤쳐 나가는 것이다.‘   -본문 중-


사랑, 닮아가는 것 - 네버 렛 미고

사랑은 무서움까지도 함께하는 거야 - 오싹한 연애

책임질 수 있어야 사랑이다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사랑도 노력이 필요하다 - 러브 액츄얼리


‘달콤한 것만 사랑이 아니다. 때로 힘겹고 무섭고 끔찍하고 황당하고 슬프고

버거운 일이 찾아올 때 그것을 함께 견뎌가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325페이지-


사랑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


사랑하기에도 모자라는 삶이라 하지 않는가. 모두가 좀 더 사랑하기 위한 노력들을

많이 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356페이지-


마지막으로 작가는,


“누군가를 사랑하다, 이별하고, 슬퍼하며, 치유되고, 회복되는 그 모든 과정이 어쩌면

우리 인간에겐 두려움일 수 있다.

호된 아픔들 앞에 어떻게 서야 할지 몰라 막막할 수 있다.” 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우리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전하는 격려 한 조각, 위로 한 조각을 독자들에게 건네주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보는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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