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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A.M. 홈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라는 도발적인 타이틀은 인생의 힘든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솔깃해할 제목일 것이다. 그만큼 제목이 이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이 책이 나의 인생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던 중년의 남자가 어떤 계기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이 책을 두 번 읽어봤는데 두 번째 읽을 때는 이 책의 주인공인 리처드라는 남자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에 자신을 내맡기는지에 대해 주목하면서 읽어보았다.
주인공인 리처드는 수 년 전에 이혼한 채 캘리포니아로 와서 혼자 살고 있다. 외부와는 거의 단절한 채 주식으로 돈을 벌면서 정해진 생활 패턴을 고집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응급실로 가게 된다. 리처드는 그 곳에서 문득 자신이 아플 때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리처드는 그 전까지 모든 걸 정해진 틀에서만 자신의 생활에 몰두했다. 사회로부터 일종의 도피였던 셈이다. 아마도 전처와의 성공적이지 않았던 결혼 생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응급실을 갔다 온 뒤로부터는 식료품가게에서 주부로서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신시아를 만나서 도와주고, 구덩이에 빠진 말을 도와주는 등 무언가 변화하려고 애쓴다. 다음 대목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를 깨고 나가려면 뭘 해야 할까? … …그는 지금보다 큰 존재가 되고 싶고,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 그리고 기분이 나아지고 싶다. 인생을 뛰어넘은 영웅이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중년의 평범한 남자가 뭔가가 될 수 있을까? (p. 90)
현대 사회에서는 바쁘게 살아가고 물질적 부는 이루었지만 정신적 공허함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리처드도 물질적 부는 이루었지만 혼자서 살아가며 물질적 부 이외에 인생에 있어서 다른 가치는 가지지 못한다. 리처드를 보면서 얼마 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가 떠올랐다. 극 중에서도 지진희가 맡은 ‘재희’ 역할은 물질적 부는 이루었지만 독신으로 살면서 혼자 지내는 게 편하다고 여기며 세상과 소통하지 않으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리처드도 성공적이지 못했던 결혼 생활에서 상처를 받고 자신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부터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리처드가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뭔가를 하려는 모습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제는 지친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구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없는 일을 남들에게 선의를 베풀면서 만족을 느끼는 리처드의 경우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가며 표현상 인상 깊었던 점은 인물들의 대화가 비논리적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땐 상황에 대해 비논리적으로 대응하면서 현실에 대해 회피하려고 한다. 그러한 점에 있어서 충격적이고 독특한 소재들을 아무 것도 아닌 듯 지극히 당연하게 담담한 어투로 풀어 쓴 문체가 이 책의 주제를 나타내기에는 가장 적합하다고 보여 졌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포기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삶이 가치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접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나 또한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는지 모른다. 힘든 사람들에겐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심리 상담사가 필요하다. 그냥 복잡한 생각 없이 이 책을 읽다보면 리처드에게 자신을 투영시키면서 고민을 풀 수 있을 것이다. 500 페이지가 넘는 어찌 보면 많은 분량이지만 책을 읽기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인생의 힘든 순간에 놓여있는 사람이라면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허감에 빠져 있거나 우울증에 접어들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